해남 골목에서 만나는 두 영화와 역사의 바다
핵심 요약
해남 남창마을이 영화 ‘호프’의 촬영 흔적을 보존한 관광지로 조성됐다. 울돌목에서는 명량해상케이블카와 스카이워크를 통해 명량대첩 현장을 살펴볼 수 있다. 땅끝마을까지 이어지는 여행 동선은 영화 촬영지와 역사·걷기·미식을 함께 묶는다.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창마을이 영화와 지역사를 함께 둘러보는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비무장지대 인근의 가상 공간 호포항을 무대로 삼은 나홍진 감독의 SF 액션 스릴러 ‘호프’는 초반부 대부분을 이 마을에서 촬영했다. 별도 세트를 짓지 않고 기존 건물을 1970~80년대 모습으로 바꾼 촬영 현장은 개봉 후 ‘호프 영화의 거리’로 조성됐다. 6일 현재 관객 426만명을 모은 작품에는 황정민·조인성·정호연·마이클 패스벤더·알리시아 비칸데르 등이 출연한다.
마을 입구의 외계 생명체 ‘바미기르’ 발자국을 따라가면 영화 속 호포항의 흔적이 이어진다. 대형 포스터 옆에는 지역 수집가의 차량을 극 중 모습으로 복원한 스텔라 경찰차가 전시돼 있다. 분홍색 외벽의 호포파출소는 촬영 소품과 배우들의 핸드프린팅으로 꾸몄다. 황정민이 외계인을 쫓다 오발 사고를 내는 장면의 금복정육점식당에는 총탄처럼 보이는 자국과 무너진 벽이 남아 있어 촬영 당시 분위기를 가장 선명하게 전한다.
남창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세곡과 물자를 보관하던 창고에서 비롯됐다. 남창·북창·해창·영창 가운데 하나였던 이곳에 곡물과 물자가 모이면서 배와 수레가 오갔고, 일반 농촌보다 넓은 골목에도 옛 물류 거점의 흔적이 남았다. 인근 달량진성은 1555년 을묘왜변의 피해를 간직한 장소다. 해안산책로의 해월루는 제주를 오가던 사신들이 바람과 물때를 기다리던 누각이자 왜구를 막던 수군 거점으로 쓰였다.
남창마을에서 차로 30~40분 이동하면 영화 ‘명량’의 배경인 울돌목과 우수영관광지에 닿는다. 1597년 이순신 장군이 12척으로 왜군을 물리친 현장에는 옛 전라우수영 터와 진도 망금산을 잇는 1㎞ 남짓의 명량해상케이블카, 투명 유리 스카이워크, 2008년 설치된 ‘고뇌하는 이순신’ 동상이 있다. 남쪽 땅끝마을은 남파랑길과 서해랑길이 만나는 지점으로, 데크길과 스카이워크를 지나 땅끝탑으로 이어진다. 코레일관광개발과 해남군은 서울·부산에서 출발해 세 촬영·관광지와 흑석산 치유의숲, 해남 닭 코스 요리를 묶은 기차여행 상품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