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아, 영상으로 추적한 사회와 AI의 구조
핵심 요약
함양아 작가가 사회 구조를 탐구한 연작과 2026년 신작 2점을 아트선재센터에서 공개했다. 신작은 인간의 몸과 일상적 행동이 AI 시대의 데이터 노동으로 치환될 가능성을 질문한다. 세월호 사건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는 금융 체제와 노동, 탄생과 장례, 전쟁과 기후의 현실까지 시야를 넓혔다.
함양아 작가(58)가 사회를 움직이는 복잡한 구조를 영상으로 탐색해 온 8년간의 작업을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선보인다. 지난달 31일 개막한 개인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에는 영상 설치 신작 2점과 연작의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작품들이 나왔다. 전시는 사회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포착하기 어려운 현실을 여러 이미지와 정보의 결합으로 드러내며 오는 10월 4일까지 이어진다.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2026년)은 장례와 탄생, 일상, 노동의 장면을 지나 기하학적 틀 안에서 몸을 움직이는 안무가들의 퍼포먼스를 가까이 비춘다. 화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파도는 멀미를 일으킬 듯 요동한 뒤 디지털 픽셀로 전환된다. 인간의 행동이 인공지능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노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묻는 구성이다. 또 다른 신작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2026년)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라인으로 보내온 셀프 영상이 설치됐다. 폭염을 호소하는 유럽 청년과 전쟁을 피해 가자지구를 떠난 익명의 여성 이야기도 담겼다.
연작의 출발점은 2014년 세월호 사건이었다. 큰 충격을 받은 함 작가는 약 1년 동안 작업을 멈춘 뒤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을 자문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작품 ‘잠’(2015∼2016년)은 학교 체육관 바닥에 잠든 사람들을 8분 40초 동안 담았다. 학생들이 뛰어야 할 공간에 누운 인물들과, 곁의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은 불길함과 무기력한 정서를 형성한다.
개별 사건에서 시작한 문제의식은 사회 구조가 어느 지점에서 훼손됐는지를 살피는 거시적 탐구로 확장됐다.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2019년)은 1970년대 후반 금융 자유화와 1986년 컴퓨터 기반 증권 거래의 등장,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가속화를 도표와 그림, 움직이는 인물의 영상으로 엮었다. 방대한 정보를 화면에 조밀하게 배치하는 노동 집약적 제작 과정에서 함 작가는 목과 허리 디스크로 수개월간 누워 지냈고, 이 경험은 이번 신작에서 몸을 주요 소재로 다루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