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아, 사회와 몸·AI 잇는 영상 신작 선보여
핵심 요약
함양아가 사회 구조와 인간의 몸을 탐색한 영상 설치 신작 2점을 공개했다. 세월호 사건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는 금융 체제와 노동, AI 시대의 데이터 문제로 확장됐다. 아트선재센터 개인전은 세계 각지 참여자의 셀프 영상과 연작 주요 작품을 10월 4일까지 선보인다.
함양아 작가(58)가 사회 구조를 영상으로 탐색해 온 장기 프로젝트의 신작을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지난달 31일 공개했다. 개인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에는 영상 설치 신작 2점과 연작의 흐름을 보여주는 주요 작품들이 함께 나왔다. 전시는 사회를 이루는 구조와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인간의 몸을 연결해 살핀다.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2026년)은 장례와 탄생, 일상, 노동의 장면을 지나 기하학적 틀 안에서 몸을 움직이는 안무가들의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비춘다. 화면을 가득 채운 거센 파도는 멀미를 일으킬 듯 이어지다가 디지털 픽셀로 전환된다.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행동이 결국 AI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노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질문하는 구성이다.
프로젝트는 2014년 세월호 사건에서 시작됐다. 큰 충격으로 약 1년간 작업을 멈춘 함 작가는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뒤 ‘잠’(2015~2016년)을 제작했다. 8분 40초 분량의 영상에는 학교 체육관 바닥에 잠든 사람들과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정장 차림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활기가 있어야 할 공간에 드리운 불길함과 무기력은 사회 구조가 어디서부터 무너졌는지를 묻는 작업으로 확장됐다.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2019년)은 1970년대 후반 금융 자유화와 1986년 컴퓨터 기반 증권 거래의 등장,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가속화를 세밀한 도표와 그림, 움직이는 인물의 영상으로 엮었다. 고강도 제작 과정에서 목과 허리 디스크로 수개월간 누워 지낸 경험은 신작의 ‘몸’이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또 다른 신작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2026년)는 세계 각지에서 온라인으로 보내온 셀프 영상을 설치해 폭염을 호소하는 유럽 청년과 전쟁을 피해 가자지구를 떠난 익명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