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시인, 13년 만에 여섯 번째 시집 '물빛인쇄소' 출간
핵심 요약
함민복 시인이 13년 만에 여섯 번째 시집 '물빛인쇄소'를 출간했다. 시집은 삶과 죽음, 문명과 AI에 대한 성찰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시인은 강화도 살이 30년을 맞아 자연에서 얻은 시어들로 작품을 완성했다.
함민복 시인이 13년 만에 여섯 번째 시집 '물빛인쇄소'를 펴냈다.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빌딩에서 만난 시인은 새 시집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과 소외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노래했다. 전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이후 오랜 공백을 깨고 나온 이번 시집에는 삶과 죽음, 문명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겼다.
시인은 1988년 '성선설'로 문단에 나온 뒤 38년간 시집과 동시집, 산문집을 포함해 열 권가량의 책을 냈다. '우울씨의 일일', '자본주의의 약속', '말랑말랑한 힘' 등의 시집을 통해 가난과 노동, 생명, 공동체를 그려온 그는 이번 시집에서 죽은 나무를 통해 죽음이 또 다른 생명을 품는 순환을 노래하고, '삶과 죽음은 모래시계'라는 시에서 삶과 죽음이 맞물려 움직이는 운동으로 형상화했다. 2년 전 심장 시술을 받은 뒤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면서 불안을 벗고 편안해졌다는 시인의 고백도 담겼다.
시집은 문명에 대한 성찰도 놓치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에서'에서는 저마다 자신의 방향만을 외치는 광장의 풍경을, '방향에 대하여'에서는 미사일과 인류가 집적한 기술의 방향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특히 '장미와 AI'에서 시인은 인공지능이 모든 과정을 압축하고 생략해 단 하나의 답을 제시하는 '방향의 독재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인은 하나로 수렴될 수 없는 일들이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AI에 익숙해지면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로 강화도 살이 30년을 맞은 시인은 자연에서 길어 올린 시어들로 '물빛인쇄소'를 완성했다. 표제작은 '잔잔 잔잔 제 몸을 구부려 반짝 반짝 빛을 출력하는 바다'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인은 강화도의 역사와 장소를 주제로 한 시집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시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시인이란 마음의 길을 내는 사람"이라며, 상대방에게도 이미 있는 길을 통해 마음과 마음이 만나 꽃을 피우는 순간이 공감이라고 말했다. 문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그 소통을 통해 지금보다 희망적인 세상을 만나고 싶어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