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 정해지는 계란값…거래 투명성 흔들
핵심 요약
국내 계란의 81.7%가 도매로 거래되지만 공신력 있는 가격 결정 체계는 부족하다. 생산자단체의 가격 고시와 4~6주 뒤 대금을 정하는 사후정산이 시장 갈등을 키웠다. 정부는 표준계약서 의무화와 산지 가격 조사, 가격 검증위원회 설치를 추진·검토하고 있다.
하루 평균 약 4970만개가 생산되는 국내 계란 시장에서 거래 시점에 대금이 확정되지 않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출하 물량의 81.7%는 농가가 유통업체에 넘기는 도매 단계에서 거래됐고, 소매처에 직접 판매된 비중은 18.3%였다. 도매 의존도가 높지만 농가와 유통업자가 함께 참고할 공신력 있는 가격 결정 체계는 마련되지 않았다.
생산자단체의 산지 가격 고시는 정부 제재로 이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격을 결정·통지하지 않는다는 법인 허가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지난달 29일 대한산란계협회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가격 경쟁을 제한한 행위로 판단해 지난 6월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9400만원을 부과했다. 협회는 정보 비대칭을 줄이기 위해 1970년대부터 가격 자료를 제공해 왔고, 법인 허가 조건에도 법적 근거가 없다며 행정소송 방침을 밝혔다.
수도권에서는 2010년대부터 ‘후장기’로 불리는 사후정산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유통업자는 계란을 인수한 뒤 선별 과정에서 파손되거나 규격에 못 미치는 물량을 제외하고 소매 할인행사 가격 등을 반영해 4~6주 후 대금을 확정한다. 여러 농가에서 물량을 고를 수 있는 유통업자와 달리 농가는 거래가 끊기면 새 판로를 찾거나 낮은 가격에 처분해야 해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 최근 5년간 특란 30구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 비중은 평균 41.7%로 축산 부류 평균 49.6%보다 낮았다.
농산물은 1976년 농안법 제정과 1985년 가락시장 개장 이후 공영도매시장 경매를 통해 당일 가격을 형성했지만 계란에는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매일 약 5000만개가 공급되는 데다 소비기한과 신선도, 운송 중 파손 위험 때문에 시장에 모았다가 지역별로 다시 분산하는 구조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표준거래계약서 의무화와 농촌경제연구원의 산지 가격 조사·발표를 추진하고, 농가·상인·전문가가 참여하는 계란 가격 검증위원회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