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에 모인 세 광대, 웃음 뒤 얼굴을 드러내다
핵심 요약
세종문화회관 전시에서 르누아르·루오·피카소가 그린 광대 세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 광대는 서로 다른 형식과 정서를 드러내면서도 모두 웃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다. 작품 속 광대는 화려한 외양 뒤의 인간과 진실을 전달하는 가면의 의미를 함께 환기한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주의를 넘어: 르누아르, 드가, 고흐, 마티스, 피카소> 전시에서 서로 다른 시대의 광대 그림 세 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흰 피에로’(1901~1902), 파블로 피카소의 ‘할리퀸의 얼굴’(1905), 조르주 루오의 ‘광대’(약 1907)다. 세 작품은 표현과 분위기가 뚜렷하게 갈리지만, 등장인물 누구도 웃고 있지 않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르누아르의 작품에는 흰옷과 흰 모자를 착용한 아이가 화면을 가득 채운 채 서 있다. 모델은 훗날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이 된 화가의 아들 장 르누아르로, 광대의 분장보다 어린아이의 얼굴과 동심이 먼저 드러난다. 루오는 뾰족한 모자와 굵고 거친 선, 강렬한 색을 사용해 피로와 쓸쓸함이 밴 광대를 그렸다. 피카소의 할리퀸은 정면을 응시하면서도 입을 다문 무표정한 얼굴로 관람객을 마주한다.
이번 전시는 미국 디트로이트 미술관 소장품 52점을 통해 사실주의에서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를 거쳐 야수주의·표현주의·입체주의로 이어진 근대미술의 변화를 조명한다. 광대와 곡예사를 반복해 그린 루오는 화려한 외양 뒤 인간의 고독과 슬픔을 포착했다. 피카소의 작품은 서커스 단원과 곡예사, 할리퀸을 자주 화폭에 담았던 ‘장밋빛 시대’에 제작됐다. 세 작품 모두 디트로이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웃지 않는 광대의 모습은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에 등장하는 광대와도 맞닿는다. 켄트 백작은 코델리아를 내치고 왕국을 나누려는 리어의 판단을 정면으로 비판한 뒤 추방되지만, 광대는 농담과 노래로 왕의 어리석음을 거듭 지적하면서도 곁에 남는다. 고너릴이 그를 ‘면허받은 광대’라고 부르는 대목은 우스운 옷과 과장된 말투가 진실을 전달하는 별도의 통로였음을 보여준다. 세 화폭은 웃음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아이와 지친 인간, 침묵하는 한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