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R&D 전략 엇갈려…한국, 기초과학 강화
핵심 요약
미국은 기초연구 비중을 낮추고 AI·양자·원자력 등 전략기술에 투자를 집중하는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한국 정부는 절대적인 연구비 부족과 민간 투자의 한계를 고려해 기초과학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실패를 허용하는 과제 평가 체계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도전적 연구 환경을 조성한다.
미국이 기초과학 중심의 연구개발 체계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양자·원자력 등 전략기술에 투자를 집중하려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기초과학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R&D 정책 전환을 추진한다. 5일부터 나흘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2026 한미과학자대회에 참석한 박인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한국에도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지만 미국과는 다른 해법을 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제네시스 미션을 출범시킨 데 이어 지난 7월 80년 만의 과학기술 정책 전략을 공개했다. ‘새로운 황금기’를 내건 이 전략은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R&D 체계의 전면 개편을 예고했다. 구체적인 정책은 발표 3개월 뒤 제시될 예정이며, 현지 과학계에는 기초연구 축소 가능성에 대한 불안과 AI 확산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기대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박 본부장은 기초과학 투자가 기술 발전과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기존 모델의 의미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AI와 양자 같은 신흥 기술도 기초과학 기반 없이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국은 정부 R&D 예산 비율이 높아도 절대 규모가 작아 인건비와 시설비 등 고정비를 제외하면 연구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재원이 부족하다. 단순한 예산 비율만으로 투자 수준을 판단하면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이 수십 년 동안 기술 정책에는 성과를 냈지만 과학 정책과 국가 주도 프로그램은 충분히 구축하지 못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기초과학에 민간 자본이 활발히 유입되는 미국과 달리 국내 기업은 위험이 큰 투자에 소극적인 만큼 정부가 간극을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함께 실패를 허용하고 도전적 연구를 뒷받침하는 유연한 과제 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관련 법 개정도 서둘러 새 제도를 연구 현장에 안착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