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디지털 규제 마찰, 기술 동맹 신뢰 흔드나
핵심 요약
한국의 디지털 규제와 집행 관행이 한미 무역·기술 관계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정위 과징금 상위 사례가 미국 기업에 집중됐다는 분석과 추가 제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양국의 AI·반도체 협력을 이어가려면 무역 협상에서 규제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는 경고가 제시됐다.
한국의 디지털 규제와 집행 관행이 한미 무역·기술 관계의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미국 정책권에서 제기됐다. 워싱턴DC 싱크탱크 아시아정책연구소(NBR) 비상근 연구원이자 크로웰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대표인 나이절 코리는 지난 8일 공개한 기고문에서 디지털 분야의 무역 마찰을 핵심 위험으로 지목했다. 쿠팡 사태를 계기로 한국 시장의 비관세 장벽과 미국 기업 차별 논란을 바라보는 미국 조야의 우려가 반영된 견해다.
코리는 한국 정부가 정책과 집행의 비차별성을 강조하지만, 보호주의 장벽과 미국 기술기업에 집중된 규제 사례가 누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과징금 상위 10건 가운데 7건이 미국 기업에 부과됐고, 금액 기준으로는 95.5%를 차지한다고 제시했다. 구글 등에 추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에도 우려를 나타내며, 워싱턴이 이런 조치를 더 이상 우발적 규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코리는 올해 1월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 청문회에 전문가로 출석해 공정위의 조사 관행과 플랫폼 규제 추진을 비판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의 구글 등에 대한 벌금 부과를 계기로 미국 기업이 표적이 되는 상황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첨단 반도체와 메모리, 가전 분야에서 이룬 성과에는 미국 기술기업과의 협력이 있었으며, 현재의 규제 결정이 수십 년간 축적된 신뢰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협력 사례로는 아마존웹서비스가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한 56억 달러, 약 7조9000억원 규모의 계획이 거론됐다. 한국의 메모리 분야 경쟁력이 한미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하는 구조를 동맹 경제 관계가 지향할 방향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재의 무역 마찰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무역 협상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양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도 11일 기고문에서 한국의 일부 제한적 무역 조치에 관한 미국의 우려가 양국 관계를 좌우하는 상황을 짚으며, 하나의 난제가 관계 전체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