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세계적 확산, 강제 아닌 문화적 연대로
핵심 요약
로버트 푸서는 한글이 강제적 확산이 아닌 문화적 연대로 세계에 퍼지는 독특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한글이 K-팝 팬들 사이에서 이모지처럼 연대의 표시로 쓰이며, AI 시대에도 단순성 덕분에 생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서는 한자 학습의 부담을 지적하고, AI가 언어 장벽을 허물되 비판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언어학자 로버트 푸서(Robert Fouser)는 한글이 인공지능(AI) 시대에 강제적인 힘 없이 사람들을 문화적으로 결속시키는 독특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수요일 코리아타임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글이 종교나 제국주의적 지배를 통해 확산된 다른 문자 체계와 달리, K-팝 팬들처럼 문화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말했다. 푸서는 "한글은 공격적이지 않은 언어로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흥미로운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푸서는 지난 6월 한국어로 일곱 번째 저서 '문자의 확산'을 출간했다. 이 책은 수메르 설형문자에서 한글과 한자, 현대의 이모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 속 문자 체계의 창조와 진화, 확산 과정을 추적한다. 그는 제국과 민족국가가 팽창하면서 지배 엘리트가 자신들의 언어와 문자를 강요했고, 제국이 몰락하면 새로운 엘리트가 다른 문자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서구 주류 학자들이 제국주의와 종교적 확장이 문자 보급에 미친 영향을 간과하는 것은 유럽 중심주의에서 비롯된 편향이라고 지적했다.
푸서는 일본과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최초의 외국인 전임 강사로 일한 이력이 있다. 그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라틴어, 중세 한국어, 에스페란토도 공부했다. 2014년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언어와 도시를 주제로 한 한국어 저서를 꾸준히 집필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글의 확산이 이모지와 유사하게 K-팝 팬들 사이에서 연대의 표시로 사용될 수 있다고 관찰했다. 팬들이 '오빠', '감사합니다', '사랑해' 같은 표현을 자신의 언어 속에 섞어 쓰는 현상이 세대 차이를 드러내는 집단 내 결속의 증거라는 것이다.
푸서는 새 책을 쓰면서 한자 학습에 대한 기존 입장을 바꿨다. 그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 라틴어를 배울 필요가 없듯, 한국어를 마스터하기 위해 한자를 배울 필요가 없다"며 한자의 복잡성과 학습 부담을 강조했다. 한글은 배우기 쉬워 다른 중요한 지식을 익힐 시간을 남겨준다는 것이다. AI 시대에 대해 그는 한글이 단순성 덕분에 생존 가능성이 높은 문자 중 하나라고 전망했다. 반면 한자 문화권 언어는 쓰기 어려워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가 언어 장벽을 허물어 외국어 학습이 직업이 아닌 취미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인간이 AI에 조종당하지 않도록 비판적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