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 읽기 4위에도 사실 판별은 최하위권
핵심 요약
한국 학생의 PISA 읽기 성적은 세계 4위지만 사실·의견 식별과 출처 검증 능력은 최하위권이다. 온라인 정보를 쉽게 믿는 경향과 학교 내 정확성 토론 부족, 파편화된 정보 소비가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AI 시대에는 정보 재구성과 검증 역량을 키우되 독서를 강요하지 않고 호기심과 몰입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 학생들은 글을 읽고 문제를 푸는 능력은 세계 상위권이지만, 정보의 진위를 가리고 출처의 신뢰도를 따지는 고급 문해력은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기술국장은 8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긴 글 대신 정보의 일부만 빠르게 소비하는 습관이 한국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0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개발한 뒤 20년 넘게 평가를 총괄해 왔다.
PISA 2022에서 한국의 읽기 평균 점수는 515점으로 OECD 평균 476점을 웃돌며 세계 4위를 기록했다. 반면 사실과 의견을 구별한 학생의 비율은 25.6%로 OECD 평균 47%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은 69%, 영국은 65.2%였다. 출처를 비교하고 신뢰성을 평가하는 팩트체크 지수도 한국은 -0.294로, 평균을 0으로 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 학생 중 온라인에서 읽은 내용을 믿는다고 답한 비율은 50.9%로 OECD 평균 39.8%보다 높았다. 학교에서 온라인 정보의 정확성을 토론한다는 응답은 32.9%에 그쳐 OECD 평균 46.9%를 밑돌았다. 정해진 답을 찾는 데 초점을 둔 교육과 스마트폰·AI로 원하는 답의 파편만 얻는 읽기 방식이 맞물리면서, 복잡한 관계와 여러 관점을 이해하고 내용을 계속 되짚는 독서 경험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소셜미디어와 AI가 확산한 탈진실 환경에서는 흩어진 정보를 스스로 재구성하고 검증하는 능력이 핵심 문해력으로 꼽힌다. 이 역량이 부족하면 가짜뉴스에 노출되기 쉽고, 이용자가 원하는 답을 제시하는 AI 알고리즘이 확증 편향을 키워 사회 양극화와 민주주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개선책으로는 어린 시절부터 독서의 호기심과 흥미, 몰입을 높이는 정책이 제시됐다. 다만 프랑스는 3세부터 읽기 교육을 시행한 뒤 15세의 읽기 몰입도와 숙련도가 다른 국가보다 낮아지는 역효과를 겪어, 강요보다 자발적 몰입을 이끄는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