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악진이 펼친 바그너 ‘반지’ 4시간 무대
핵심 요약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초연 150주년 하이라이트 공연이 약 4시간 동안 펼쳐졌다. 부천 필하모닉 110여 명과 한국 성악가들이 콘서트 형식으로 대작의 핵심 장면을 구현했다. 14일 부천 공연과 올 하반기 ‘라인의 황금’ 무대가 이어진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초연 150주년을 기념한 하이라이트 공연이 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아드리앙 페뤼숑이 지휘한 부천 필하모닉은 중간 휴식 30분을 포함해 4시간에 가까운 연주로 대작의 핵심 장면을 펼쳤다. 도너 역의 바리톤 김기훈이 망치를 내리치자 110여 명의 오케스트라는 신들의 궁전을 나타내는 장대한 선율을 쏟아냈다.
무대 장치와 의상을 생략한 콘서트 형식이었지만 성악가들은 동작과 표정으로 극의 흐름을 살렸다. 알베리히와 그의 아들 하겐을 함께 맡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은 양복 상의를 몸에 두르고 웅크린 채 뛰어 두꺼비로 변하는 장면을 표현해 객석의 웃음을 끌어냈다. 보탄 역의 바리톤 최인식과 올해 베를린·잘츠부르크에서 도너를 노래한 김기훈도 묵직한 중저음으로 중심을 잡았다. 소프라노 이명주는 마지막 브륀힐데의 노래를 강렬하게 마무리했다.
북유럽 전설을 토대로 한 ‘반지’는 나흘 동안 16시간 이상 이어지며 100명 안팎의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요구한다. 인물과 사물을 특정 선율로 나타내는 유도동기를 촘촘히 엮은 작품으로, ‘발퀴레의 기행’은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헬기 출격 장면에도 사용됐다. 막대한 연주 규모와 긴 공연 시간은 국내 무대에서 전작을 만나기 어렵게 한 요인이었다. 이날도 ‘라인의 황금’ 도입부에서는 금관의 불안정함이 드러났으나 유럽 무대에서 활동해 온 한국 성악가들의 역량이 이를 보완했다.
프랑스 출신 상임지휘자 페뤼숑을 제외하면 연주자와 성악가 대부분을 한국인이 맡았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국내 음악계의 바그너 공연 역량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페뤼숑은 아내인 이명주가 마지막 절창을 끝낸 뒤 환한 표정으로 관객의 박수에 답했다. 같은 하이라이트 공연은 14일 부천아트센터에서 다시 열린다. 올 하반기에는 국립오페라단과 강릉시립교향악단이 ‘라인의 황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