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국부펀드, 장기 전략투자 설계가 관건
핵심 요약
정부가 한국투자공사에 별도 전략투자계정을 두는 종합형 국부펀드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해외 국부펀드는 첨단산업 투자에서 장기 자본의 가능성과 수익성 훼손의 위험을 함께 보여줬다. 한국형 국부펀드의 지속 가능성은 전문 운용, 장기 평가, 안정적 재원과 투명성에 달렸다.
정부가 2,320억달러, 약 340조원을 운용하는 한국투자공사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해 종합형 국부펀드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외환보유액 계정과 새 계정을 분리하고 방화벽을 설치해 전략투자가 외환보유액 운용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AI 인프라와 원천기술, 첨단 제조처럼 민간 자본과 정책금융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초장기 투자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국부펀드의 운용자산은 지난해 말 15조달러에 도달했다. 싱가포르 테마섹과 아랍에미리트 무바달라 등 경제개발형 국부펀드는 주식·채권 중심의 운용 범위를 넘어 AI, 반도체, 에너지와 공급망으로 직접투자를 넓히고 있다. 무바달라에 통합된 ATIC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AMD와 글로벌파운드리를 설립했고, 투자를 이어가 미국의 대표적 파운드리로 성장시키며 장기 자본의 역할을 보여줬다.
장기간 자금을 묶어둘 수 있는 능력만으로 전략투자의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무바달라는 최근 5년과 10년 기준으로 각각 연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사우디 PIF의 일부 대형 사업에서는 약 80억달러 규모의 자산 상각이 발생했다. 국가적 목표를 내세운 투자라도 경제성이 약해지면 지속 가능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은 전략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한국형 국부펀드의 성패는 국가와 전문 운용진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설계에 달렸다. 국가는 확보할 전략 영역을 정하고, 기업·자산의 선택과 투자 가격·시점, 회수 여부는 전문 운용진이 경제성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 장기 수익률과 전략적 성과를 함께 평가하면서 투자 근거, 가격, 위험관리 기준을 지속해서 검증할 필요도 있다. 운용수익 재투자와 자산매각·채권발행을 통한 재원 확보, 투명한 운용 공개가 병행돼야 경기 위축기에도 투자 여력을 유지하고 해외 전략자산 심사 과정에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