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사과가 던진 질문, 죄 아닌 기억의 계승
핵심 요약
배우 하영이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 의혹과 과거 이를 자랑처럼 언급한 일을 사과했다. 한국의 미완성 친일 청산과 독일의 기억 문화는 후손의 죄와 사회의 기억 책임을 구분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이번 논란의 평가는 하영이 확인한 가족사를 어떤 역사 인식과 태도로 이어갈지에 달렸다.
배우 하영이 증조부 안상호(1872~1927)의 친일 행적 의혹을 둘러싼 논란에 사과했다. 하영은 12일 SNS를 통해 가족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 이해했고,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여러 자리에서 이를 집안의 자랑처럼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족사와 당시 역사를 살피고 역사 문제에 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하영은 우리 역사를 깊이 공부하는 한편 독립유공자와 광복을 위해 힘쓴 이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의 핵심은 조상의 행적을 후손의 죄로 돌리는 데 있지 않다. 불편한 가족사를 확인한 뒤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어떤 역사 인식과 태도를 보이느냐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죄를 혈연에 따라 물려줄 수는 없지만 과오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책임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해방 이후 친일 반민족행위에 대한 충분한 법적·역사적 청산을 이루지 못했다. 친일 반민족행위자 처벌을 위해 출범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도 이승만 정부의 비협조와 조직적 방해로 활동을 온전히 이어가지 못했다. 독일 역시 처음부터 나치 과거를 정면으로 다룬 것은 아니지만, 세대에 걸친 논쟁을 거쳐 ‘과거사 극복’과 ‘기억 문화’를 형성했다. 매년 1월 27일 나치 희생자를 추모하고 중등교육에서 나치즘과 홀로코스트를 중요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사회적 기억을 이어가고 있다.
나치 지도부 인사 한스 프랑크의 아들 니클라스 프랑크는 혈연과 역사적 책임을 분리한 사례다. 폴란드 총독부 총독으로 박해와 학살에 관여한 한스 프랑크는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1946년 처형됐다. 니클라스는 관련 자료를 추적해 1987년 책 《아버지》를 펴내고 부친의 범죄를 기록했다. 독일 기본법 제1조가 인간의 존엄을 핵심 가치로 둔 것처럼 과거의 비극은 현재의 원칙과 교육으로 남을 수 있다. 하영의 사과 역시 선대의 책임을 대신 지는 선언이 아니라, 확인한 역사를 앞으로 어떻게 기억하고 실천할지 보여주는 출발점으로 평가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