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승부처는 제조 데이터와 현장 신뢰성
핵심 요약
피지컬 AI는 현실에서 인지·판단·행동을 반복하며 안정적인 결과를 내는 신뢰성이 핵심이다. 한국은 제조 현장의 고난도 데이터와 실증·통합 역량에서 경쟁 기반을 찾을 수 있다. 국가 데이터 플랫폼과 공용 테스트베드, 예측 가능한 기술인재 경력 체계가 필요하다.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해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가 인공지능 산업의 새로운 경쟁 분야로 부상했다. 유창동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로봇의 외형보다 인지·판단·행동을 반복하는 의사결정 능력이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자율주행차와 물류로봇, 협동로봇도 여기에 포함되며, 정해진 동작을 되풀이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낯선 상황에 맞춰 행동을 바꾸는 능력이 요구된다.
현재 선도 기술도 제한된 물체와 검증된 환경을 벗어나면 성공률이 크게 낮아진다. 접촉과 마찰, 물체 변형, 센서 잡음, 기계적 유격 같은 변수가 끊임없이 생기는 만큼 한 차례의 성공보다 조건이 달라져도 결과를 재현하는 신뢰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행동 데이터 확보도 어렵다. 로봇의 30초 작업은 실제 30초가 필요하고, 관절 수나 카메라 위치, 그리퍼 형태가 달라지면 같은 동작의 데이터도 그대로 활용하기 힘들다.
유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VOTP는 적은 수의 영상 선택만으로 인간의 선호 기준을 학습하도록 설계됐다. 사람이 열 차례가량 더 나은 행동을 고르면 AI가 나머지 비교 관계를 채우는 방식으로, 수천·수만 건의 평가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해외에서는 대형모델을 로봇 제어에 접목한 VLA 계열 모델과 시뮬레이션 도구가 발전하고 있지만, 국내는 행동 데이터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소프트웨어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하드웨어를 만들고도 핵심 지능은 외부에 의존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미국은 거대 모델과 반도체 설계, 자본력에서 앞서고 중국은 로봇 제조와 부품 공급망, 내수시장을 갖췄다. 한국의 현실적 자산은 반도체 팹과 조선소, 배터리·자동차 생산라인에 축적된 고난도 제조 데이터다. 범용지능을 제조 현장에 맞게 특화하고 통합하는 역량을 키우려면 국가 로봇 데이터 플랫폼과 공용 실증단지, 산업별 특화모델을 연결해야 한다. 정규직 연구직과 중견 엔지니어의 경력 경로를 넓히고 산학 간 인력 순환을 촉진하는 정책도 기술인재 확보 과제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