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셰프들, 천진암 장맛을 요리에 담다
핵심 요약
프랑스 셰프 8명이 천진암에서 4박 5일간 된장과 사찰음식을 익혔다. 재료를 남김없이 활용하는 조리와 한국의 청·장·쌈에서 새로운 메뉴 아이디어를 얻었다. 셰프들과 정관 스님은 프랑스 부르고뉴에 장독대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다.
프랑스 각지에서 활동하는 셰프 8명이 전남 장성 천진암에서 정관 스님과 4박 5일간 한국의 발효 음식과 사찰음식을 익혔다. 이들은 지난 5일 장 가르기를 마친 메주를 항아리에서 꺼내 힘주어 치대며 된장을 만들고, 매실청과 복분자청·오미자청, 들기름과 방아잎의 맛과 향을 살폈다. 메주의 색과 굳기, 보관 기간, 항아리를 쓰는 이유를 잇달아 물으며 장을 손끝으로 경험했다.
셰프들은 공양간에서 채소와 나물을 손질하고 노각 속을 파내는 한편, 으깬 두부를 빚고 도토리묵을 약 1시간 동안 저었다. 부르고뉴에서 미쉐린 1스타 식당을 운영하는 클레멍 베르제는 잎과 줄기, 뿌리를 버리지 않고 고루 활용하는 조리 방식에 주목했다. 라시오타에서 온 비말 바디블루는 오래 저어야 완성되는 묵에서 느린 음식의 의미를 체감했고, 뱅상 부쉐는 코르시카의 밤가루 전통요리와 닮은 점을 발견했다.
이번 방문은 10박 11일짜리 ‘코리안 테이스트&테루아 랩’의 첫 일정이다. 파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불교류협회 최은옥 회장이 프랑스의 예술가 체류 지원 방식에서 착안해 셰프들이 한국 음식 문화를 창작의 자원으로 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정관 스님의 참여가 확정된 뒤 2주 만에 수십 명이 지원했고, 미쉐린 2스타 셰프 다비드 투탱의 심사를 거쳐 서로 알지 못하던 현직 셰프 8명이 선발됐다.
체류가 끝나기 전부터 새로운 메뉴 구상도 이어졌다. 폴린 비요는 튀긴 가지와 매실장아찌를 매실청으로 양념한 깻잎에 싸는 핑거푸드와 프랑스 과일 미라벨을 활용한 청을 떠올렸다. 렌의 위고 모뮤스는 깻잎이나 근대에 조린 가지와 새송이버섯을 넣고 간장과 오미자청으로 맛낸 쌈을 계획했다. 메주와 된장에 관심이 모이자 셰프들은 프랑스에서 함께 장을 담그는 방안을 논의했고, 정관 스님은 접근성과 마당을 고려해 부르고뉴에 장독대를 만들고 직접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