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농가, 극심한 가뭄에 '세기 최악' 위기…정부 지원도 난항
핵심 요약
프랑스 본토 토양의 96.5%가 건조해지며 농작물 피해가 극심해졌다. 와인 산지와 곡물 농가 모두 타격을 입었고, 피해액은 45억 유로에 달한다. 농민들은 생업 포기를 고민할 정도로 위기가 심각하지만 정부 지원은 재정 문제로 난항이 예상된다.

프랑스 전역을 덮친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농민들이 '세기 최악의 해'라고 한탄하고 있다. 유럽 가뭄 모니터에 따르면 이번 달 프랑스 본토 토양의 96.5%가 건조한 것으로 분류됐으며, 이는 2012년 4월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프랑스 곡물 생산자협회 회장 프랑크 라보르드는 "어느 지역도 예외가 없다"며 올해가 "세기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부 욘 지방에서 밀, 보리, 옥수수를 재배하는 브누아 플레시는 "작물들이 완전히 망가졌다. 섭씨 35도가 넘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이미 비축해 둔 물도 거의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인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르도 AOC 와인 산지 12곳은 포도나무 고사를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관개를 허용했고, 알자스 생산자 제롬 바우어는 "생산량 추정치가 매일 줄어들고 있어 더 이상 추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랑그독 지역의 장마리 파브르는 "포도나무에 물이 부족하면 포도알에서 물을 빼내어 크기를 줄인다"며 수확 불가능한 필지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 농가는 올해 2월 폭우, 5월 말부터 시작된 폭염, 최근 산불까지 겪으며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전국농민연맹에 따르면 피해 규모는 이미 45억 유로(약 7조원)에 달한다. 겨울 작물인 밀과 보리는 각각 4%, 6% 감소에 그칠 전망이지만, 상추·양파·마늘 등은 최대 100% 손실을 본 지역도 있다. 물을 많이 소비하는 옥수수는 40% 감소가 예측된다. 일부 농민은 가축 사료로라도 활용하기 위해 조기 수확에 나섰고, 사료 생산량 감소로 외부 구매에 나서는 농가도 생겼다.
반복되는 어려움에 생업을 포기하는 농민도 늘고 있다. 남부 아베롱 북부의 축산업자 브뤼노 바튀는 "농사를 계속할지 말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고 탄식했고, 농민연합 대변인 스테판 갈레는 "농업을 포기하는 농민이 더 빠르게 늘어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농민 대표들은 정부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지만, 국가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프랑스는 1976년 대가뭄 당시 '가뭄세'를 도입했으나 납세자 반발로 일회성에 그친 전례가 있어, 이번 위기에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