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헌재 운영권 충돌…여야·대통령 진영 맞서
핵심 요약
폴란드 헌재소장 직무정지로 총리 진영과 대통령 진영의 대립이 커졌다. 헌재 소장과 부소장이 직무정지됐고, 우파 정당 대표 회담에서도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았다. 헌재 중립성과 극우 세력의 부상을 둘러싼 갈등은 폴란드와 EU 정치의 쟁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 헌법재판소장 직무정지를 계기로 도날트 투스크 총리 진영과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 진영의 갈등이 격화됐다. 전임 정권 때 임명된 보그단 슈비에츠코프스키 소장은 전날 직무가 정지됐고, 투스크 총리는 31일 TV 연설에서 더는 위협에 굴복하거나 물러설 수 없다며 헌재가 헌법에 따른 독립적 기능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안나 코르빈-표트로프스카 헌법재판관은 슈비에츠코프스키 소장의 직무를 한 달간 정지하고 자신이 헌재 운영을 맡겠다고 발표했다. 헌재 부소장도 직무정지 대상이 됐다. 슈비에츠코프스키 소장은 법과정의당(PiS)이 집권할 당시 해당 당이 주도한 의회에서 선출됐으며, 코르빈-표트로프스카 재판관은 투스크 총리의 집권 연정이 주도하는 의회에서 지난 3월 선출됐다.
정부는 경찰을 헌재에 대거 배치해 슈비에츠코프스키 소장의 건물 진입을 막았다. 투스크 총리는 고함과 거짓말, 난투극은 폴란드에서 법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직무정지 소식이 알려진 뒤 PiS 지지자들이 헌재 앞으로 모였고, 우파 정치인들은 정부가 헌재를 상대로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폴란드는 총리와 대통령이 권력을 나눠 갖는 이원집정부제 국가다.
2023년 총선 승리로 집권한 투스크 총리는 헌재가 전임 정권에 지나치게 기울어 중립성을 잃었다며 개혁을 요구해 왔고, 극우 세력의 영향력 확대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혀 왔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이날 PiS와 폴란드 인민당 등 우파 정당 대표들을 대통령궁에 불러 국내 안보 위협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시민연합은 회담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충돌은 프랑스 등 EU 회원국의 선거를 앞두고 극우 정당 부상이 쟁점이 된 유럽 정치에도 의미를 갖는다. 투스크 총리는 폴란드의 EU 주류 노선 유지를 추구해 왔으며,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