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피한 홈리스, 공항에서도 밀려났다
핵심 요약
폭염을 피해 인천공항에 머문 홈리스들이 자극적인 촬영과 보도 이후 퇴거 압박을 받고 있다. 공공 무더위쉼터와 열악한 쪽방은 집 없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더위를 피하기에 한계가 있다. 폭염 취약계층 대책에서 홈리스가 배제되면서 재난을 피할 권리의 불평등이 드러났다.
폭염을 피해 인천공항에 머물던 홈리스들이 지난 7월 9일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된 뒤 공항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당시 취재자는 기자 신분과 촬영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이들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리스가 공항을 찾은 이유는 지워지고, 공항을 점령한 사람들처럼 묘사된 장면만 부각되면서 조롱과 비난도 온라인에서 이어졌다.
인천공항은 집 없는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하고 밤을 버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인천과 서울의 무더위쉼터에는 공공기관과 은행, 업무빌딩 등이 포함되지만 거래나 방문 목적을 요구받을 수 있고 운영시간이 지나면 이용할 수 없다. 서울역 인근 일부 업무빌딩은 남루한 차림의 홈리스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조차 제한해 왔다.
고시원과 쪽방도 폭염을 피할 안전한 주거가 되지 못한다. 방 스무 개가 복도에 설치된 에어컨 한 대에 의존하는 곳이 있으며, 공용 에어컨을 갖춘 쪽방도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더위를 견디기 어려운 주민들이 여름밤이면 방을 떠나 역 광장에서 잠을 청하는 배경이다. 공항 체류는 임의로 선택한 문제가 아니라 냉방 가능한 공간이 부족한 현실에서 나타난 결과다.
인천공항은 보도 이후 홈리스를 퇴거시키고 있다. 공항공사는 퇴거 명령 하루 전 독거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에 여름나기 물품을 전달하며 ESG 실천을 알렸다. 8월 3일 인천에서는 올해 첫 열사병 사망자가 발생했고 온열질환자도 늘고 있지만, 서울시가 정한 폭염 취약계층 목록에서 홈리스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피해 공항에 머문 사람을 다시 거리로 내모는 정책의 모순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