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피난처 된 인천공항, 낮과 밤의 두 풍경
핵심 요약
폭염과 열대야 속 인천공항이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냉방 대피 공간이 됐다. 낮에는 피서객이 모이고 밤에는 노숙인과 냉방이 필요한 시민이 잠을 청하고 있다. 휴게 공간이 붐비면서 공항 이용객의 불편과 시설 관리 부담도 커졌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인천국제공항이 고령층과 노숙인, 냉방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의 무더위 대피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4일 오후 1시 제1터미널 4층 비선루에는 60~80대 피서객 30여 명이 모여 간식을 나누고 항공기 이착륙을 지켜봤다. 제2터미널 교통센터에도 오전부터 사람들이 들어와 점심 무렵 50여 명으로 늘었다.
피서객들은 베개와 돗자리, 부채, 도시락을 챙겨 자리를 잡았고 바둑판과 장기판을 펼치거나 대화를 나눴다. 서울 영등포구와 인천을 비롯해 경기 의정부처럼 대중교통으로 1시간 넘게 걸리는 곳에서도 찾아왔다. 전기요금 부담으로 집에서 에어컨을 켜기 어렵고, 은행은 오래 머물기 불편하거나 가까운 무더위 쉼터가 없어 공항을 택한 경우가 확인됐다. 탁 트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방문 이유였다.
공항은 냉방 시설이 24시간 가동되고, 65세 이상 이용자는 지하철과 공항철도를 무료로 탈 수 있어 교통비 부담도 적다. 이 때문에 매일 출퇴근하듯 방문하는 고령층도 있었다. 밤 8시께 비선루에는 낮의 피서객 대신 노숙인 4명과 주인을 확인하기 어려운 짐이 자리했고, 제1터미널 교통센터에서는 노숙인 7명이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오전 9시께 일어나 공항을 돌아다니다 오후 6시께 잠자리로 돌아왔다.
열대야를 피해 밤에 공항을 찾는 시민도 생겼다. 인천에 사는 70세 이모씨는 복지관이 저녁에 문을 닫자 처음 공항을 찾아 하룻밤을 보낸 뒤 아침 첫차로 귀가할 계획을 세웠다. 반면 제2터미널 교통센터가 피서객으로 가득 차면서 공항 이용객과 상주 직원이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도 잦아졌다. 인천공항공사는 공공시설에서 장시간 머문다는 이유만으로 퇴거를 요구하기 어려워 이용객 불편을 줄이기 위한 시설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