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포천 농장, 이주노동자 휴식권 실종
핵심 요약
포천의 기온이 39도까지 오른 날에도 이주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와 밭에서 작업을 계속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 작업장의 법정 휴식과 고온 시 작업중지 지침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전국 온열질환자가 2천66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주노동자의 사망도 잇따랐다.
경기 포천의 낮 기온이 39도까지 오른 목요일 오후, 농촌 이주노동자들은 폭염경보에도 비닐하우스와 밭에서 작업을 이어갔다. 오후 2시 10분께 하우스 내부 온도는 38도를 넘어섰지만 선풍기 등 냉방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땀에 흠뻑 젖은 30대 네팔 노동자 A씨는 고용주가 계속 일하라고 했다며 허리를 굽혀 부추밭의 잡초를 뽑았다. 한국에 온 지 3년 된 그는 오전 6시 30분부터 하루 10시간 일하고, 더위를 견디기 어려울 때만 옆 작업장에 가서 물을 마신다고 말했다.
두 시간 동안 주변 농장을 살펴보니 다른 노동자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어린 배추밭에서 일하던 20대 말레이시아 노동자는 폭염 때 보장되는 휴식시간을 알지 못했고, 일이 많아 주말에도 쉬지 못한 채 물을 마시며 버틴다고 했다. 차로 약 10분 떨어진 다른 하우스에서는 20∼30대 여성 이주노동자 3명이 애호박을 따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이들은 덥고 힘들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소형 선풍기가 달린 냉각조끼가 더위를 다소 줄여줬지만, 조끼를 농장주가 지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장에서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쉬는 시간을 주도록 정하고 있다.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이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야외작업을 멈추고, 38도 이상에서는 긴급 작업을 제외한 모든 야외작업을 중단하라는 정부 지침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법정 휴식조차 찾기 어려웠다. 작업중지 기준은 권고에 그쳐 이를 지키지 않은 농장주를 처벌하기도 어렵다. 한 농장주는 하루만 작업을 멈춰도 수백만원의 손실이 난다며 지원 없는 중단 요구에 부담을 호소했다.
5월 15일부터 8월 5일까지 전국에서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2천665명이며 추정 사망자는 23명이다. 경기도에서는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612명이 발생했고 2명이 숨졌다. 7월 4일 충북 괴산에서 베트남 노동자가 풀을 베다 숨졌고, 같은 달 25일 전남 해남에서는 태국 노동자가 밭일 중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사망했다. 경기 여주에서도 몸이 좋지 않아 퇴근한 이주노동자가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폭염 안전지침이 이주노동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며 노동자 보호 규정에 강제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