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일터, 온열질환 산재 5년 새 6배 급증…사망 24명
핵심 요약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건수가 2020년 13건에서 지난해 77건으로 5.9배 증가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온열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사망자는 총 24명이다. 정부는 휴식 의무화 등 대책을 강화했지만,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지켜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염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일터에서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가 최근 5년 새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2020년 13건에서 지난해 77건으로 5.9배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13건, 2021년 19건, 2022년 23건, 2023년 31건, 2024년 51건, 2025년 77건으로 매년 늘었다. 올해도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5월까지 18건이 신청돼 12건이 승인됐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같은 당 소속 나경원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온열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사망자는 총 24명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 3명, 2022년 7명, 2023년 3명, 2024년 6명, 2025년 5명이다. 재해 발생일 기준으로 올해 5월까지 온열질환 산재 승인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산재 승인 통계는 사고 발생 시점과 승인 시점이 일치하지 않아 현재 처리 중인 사건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통해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장소에서 폭염 작업을 할 경우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매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주도록 의무화했다. 또 체감온도 33도 이상이면 작업시간대를 조정하거나 옥외작업을 단축하고, 35도 이상이면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했다. 노동부는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 홍보를 강화하고, 폭염 취약사업장 1000곳을 대상으로 불시 감독에 들어갔으며,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이동식 에어컨 등 예방설비 지원 예산 28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오는 3일부터 14일까지는 건설·조선·물류·제조업 등 취약사업장 1000곳을 집중 점검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법적 기준이 마련됐음에도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실제로 지켜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작업중지 권고는 처벌 근거가 없고, 납기와 공사기간에 쫓기는 현장에서는 작업을 멈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소 건설현장 현장소장 A씨는 "더우니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만하자고 말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의철 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은 "체감온도별 기준이 현장에서 지켜진다면 예방 효과는 분명하다"면서도 "중소기업은 납기가 정해져 있어 폭염에도 일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대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문제로 지침을 지키지만, 소규모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법적 기준을 지킬 수 있는 환경과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