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세대별 ‘저비용 피서’ 확산
핵심 요약
폭염에도 무료급식을 이용하려는 노인들이 탑골공원에 장시간 머물렀다. 노인들은 비용과 혼잡, 주변 시선 때문에 냉방 공간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청년층도 고물가와 취업난 속에서 영화관과 한강 수영장 등 저비용 피서를 택했다.
수도권에 이틀째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는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몰렸다. 오전 10시부터 나무 그늘 아래에서 땀을 닦고 부채질하던 이들은 정오 배식이 시작되자 100m가 넘는 줄을 섰다. 양평에서 지하철로 2시간을 온 임 모씨(76)는 오전 8시 30분 식사 뒤 점심 배식까지 3시간을 기다렸다. 서울노인복지센터가 나눠준 폭염 대비 생수 1000개도 1시간 만에 소진됐다.
노인들은 비용과 주변의 시선, 혼잡함 때문에 냉방시설이 있는 공간을 편히 이용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A씨(81)는 시립복지관 식사비 4500원이 부담스럽고, 자녀들이 일하러 나간 집에서 혼자 에어컨을 켜기도 눈치가 보여 공원을 찾았다. 황보욱 씨(73)는 쉼터와 노인회관은 붐비고 은행에서는 오래 머물기 어렵지만, 탑골공원에서는 지인들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어르신 문화 놀이터와 실버영화관에도 쉬러 온 노인들이 몰렸다.
서울시는 복지관과 경로당, 구청, 은행 등 4000곳이 넘는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쉼터의 위치를 모르는 노인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5월 1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 2221명 가운데 60대는 18.8%, 70대 이상은 24.7%였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생수 배부를 넘어 지역 복지관·문화시설의 안전한 실내공간으로 안내하고, 거주지 가까이에서 일상적인 교류가 가능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물가와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도 여행 대신 집과 카페, 영화관, 한강 수영장 등 비용 부담이 작은 피서지를 택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영화 관객은 519만556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416만8186명보다 24.6% 늘었고, 4일 예매율 1위 영화는 20·30대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서울 6개 한강 수영장의 7월 방문객도 지난해 28만3000명에서 올해 30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노년층은 생계와 머물 곳을, 청년층은 비용과 취업 준비를 고려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폭염을 견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