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사각지대 내몰린 대리운전 노동자
핵심 요약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체감온도 40도의 거리와 냉방 차량을 오가며 폭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쉼터 부족과 복장 규제, 도착 압박, 배차 불이익 우려가 휴식과 작업 중단을 어렵게 한다. 현장에서는 작업중지권 보장과 산업안전보건법상 폭염 보호조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법인 대리운전기사 A씨는 체감온도 40도를 넘나드는 거리에서 정장 셔츠와 바지, 검은 구두를 착용한 채 호출 장소로 뛰어간다. 업체 상황실은 고객이 기다린다며 10분 안에 도착하라고 재촉하지만, 이동 중 더위를 피하거나 물을 마실 여유는 부족하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870만 명 가운데 대리운전 노동자는 28만 명에 이르지만 산업안전보건법상 폭염 보호조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A씨는 땀에 젖은 상태로 에어컨이 켜진 20도 안팎의 차량에 탑승한 뒤 오한을 겪었다. 운행 후에는 냉방이 되지 않는 지하주차장에서 출구를 찾느라 30분을 헤맸고, 갈증과 어지럼증 속에 편의점에서 물을 샀지만 대리기사 이용 금지 문구가 붙은 야외 의자에는 앉지 못했다. 다른 호출을 기다리는 장소도 길거리와 버스정류장, 편의점 앞에 집중돼 폭염특보가 내려져도 안정적으로 쉴 공간을 찾기 어렵다.
대리운전기사들은 섭씨 35도 안팎의 거리와 냉방된 차량을 반복해서 오가며 두통과 피로, 냉방병과 자율신경계 이상 위험에 노출된다. 에어컨이 고장 난 차량이라는 사실도 배차 전에 알기 어렵고, 운행을 중단하거나 호출을 취소하면 평점 하락이나 배차 불이익을 우려해야 한다. 폭염에도 지정 복장을 지키지 않으면 징계와 계약 해지, 배차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휴식을 택해도 알고리즘상 배차 순서가 밀릴 수 있다.
A씨는 폭염 기간 쉬지 못하고 일한 뒤 몸살 증상으로 일주일간 앓았으며, 보름 넘게 정상적으로 일하지 못해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업무상 재해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해 산재 신청도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이동노동자 쉼터 확충과 기능성 복장 허용, 생수 제공, 차량 냉방 고장 사전 고지, 안전한 대기 장소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위험한 운행이나 대기를 거부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작업중지권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폭염 보호조치 확대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