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뚫고 닿은 극장, 관객의 여정도 공연이다
핵심 요약
폭염 속 극장 관람은 이동부터 관객의 상당한 수고를 요구한다. 최근 발레 공연에서는 한 어린이가 1막 내내 객석에서 잠들어 주변 관객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공연은 예술가의 준비뿐 아니라 날씨와 피로를 견디고 객석에 도착한 관객의 참여로 완성된다.
폭염이 이어지는 한여름에는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에 도착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된다. 지하철과 버스 안의 더위를 견디거나 땡볕 아래 정체된 도로를 지나고 나면 외출을 위해 갖춰 입은 옷은 땀에 젖기 일쑤다. 냉방이 가동되는 로비를 거쳐 객석에 들어서는 순간, 넓은 공간을 채운 서늘한 공기는 바깥과 전혀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안도감을 준다.
최근 한 발레 공연에서는 쉬는 시간이 되어 조명이 켜졌는데도 잠에서 깨지 않은 어린이 관객이 주변의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는 푹신한 방석 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입을 벌린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1막 내내 단잠을 잔 듯한 모습에 가까이 있던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웃음을 나눴고, 정성껏 예술 관람을 준비했을 부모의 마음도 잠시 무색해졌다.
무더운 날 극장으로 향하는 관객은 이동 과정에서 이미 적지 않은 수고를 감당한다. 폭염과 혹한뿐 아니라 태풍, 천둥과 번개 같은 궂은 날씨를 뚫고 객석에 앉으며, 사회생활의 피로와 삶의 굴곡도 함께 안고 온다. 쌓인 일이나 긴급한 연락을 뒤로한 채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눈앞의 무대에 집중하는 일 역시 공연을 완성하는 관객의 몫이다.
열대야로 잠을 설친 이들에게 어둡고 조용한 객석은 공연장이면서 잠시 몸을 맡길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한여름과 한겨울에는 무대의 전개보다 급격한 체온 변화가 먼저 느껴져 졸음이 밀려올 수 있다. 창작자들이 공들여 준비한 무대를 놓치는 일은 아쉽지만, 더위와 교통 체증, 피로와 배고픔을 지나 도착한 어린이가 시원한 객석에서 푹 잔 뒤 눈앞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경험도 공연이 남기는 한 장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