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휴가철에 손님 끊긴 서울 전통시장
핵심 요약
전국적인 폭염 속에 경동시장과 청량리 청과물시장의 방문객이 평소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상인들은 냉방시설 없이 얼음물과 선풍기에 의지하며 점포를 지켰다. 휴가철과 소비 위축, 과열된 점포 경쟁이 겹치면서 전통시장의 영업난이 깊어졌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경남 양산의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가 이어진 가운데, 서울 전통시장 상권도 크게 위축됐다. 3일 오후 동대문구 경동시장과 청량리 청과물시장은 장을 보러 나온 시민을 좀처럼 찾기 어려울 만큼 한산했다. 현장 상인들은 폭염에 여름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평소보다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냉방시설 없이 온종일 점포를 지키는 상인들은 선풍기 주변에 모여 더위를 견뎠다. 한 상인은 얼음물이 든 통을 머리에 얹은 채 선풍기 바람을 쐈고, 다른 상인들은 얼음물을 끌어안거나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았다. 청량리 청과물시장의 과일 상인 이승재씨는 선풍기를 틀어도 더운 바람만 불어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며, 무더위 소식에 고령층의 방문과 저녁 시간대 손님이 모두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부모 세대부터 20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해 온 박경기씨는 배달 수요라도 있었던 코로나19 시기보다 지금의 영업 상황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민생지원금으로 평일에도 소비에 나선 사람이 있었지만, 올해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고객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것이다. 더위 속에서도 매출이 나오지 않는 데다 주변에 과일 점포가 밀집해 경쟁까지 치열하다는 고충도 털어놨다.
시장 곳곳에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아예 영업을 쉬는 점포도 눈에 띄었다. 문을 연 상점의 상인들은 손님이 드문 통로를 향해 호객을 이어갔지만, 목소리가 닿을 만한 방문객 자체가 많지 않았다. 기록적인 폭염과 계절적 비수기, 위축된 소비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시장의 체감 경기는 더 가라앉았고, 자리를 지킨 상인들은 뜨거운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한산한 장터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