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멈추지 못하는 배송 현장…안전망 공백
핵심 요약
폭염 속에서 쿠팡 배송기사 3명이 작업 중 쓰러지거나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주문 마감 연장과 고온의 배송캠프 환경 속에서도 택배기사는 작업중지권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가전 배송·설치 기사까지 포함한 노동 실태 조사와 실효성 있는 폭염 대책이 요구된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쿠팡 배송기사 3명이 배송 업무 중 탈진하거나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4일 서울 서초캠프와 송파캠프에서 기사 2명이 작업 도중 쓰러졌고, 6일에도 기사 1명이 배송 중 응급실로 이송됐다. 노동자가 이상 증상을 보인 뒤 신고하고 진료받는 사후 조치에 그치지 않고, 사고 전에 물량과 작업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쿠팡은 최근 당일배송 주문 마감 시각을 밤 기준 새벽 2시, 낮 기준 낮 12시로 각각 2시간 연장했지만 배송 마감은 저녁 8시로 유지했다. 당일 물류망에 주문이 더 몰리면서 출하가 늦어지고 물품 분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기사들이 분류 작업까지 맡는 상황도 발생했다. 회사는 어지럼증을 보인 기사에 대해 폭염 대응 요령에 따라 119 신고와 병원 진료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나, 주문 확대에 상응하는 작업 조정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지난 4일까지 일주일간 전국 7개 지역의 쿠팡 배송캠프 16곳에서 모두 79차례 온도를 측정한 결과, 섭씨 33도를 넘은 사례가 68차례였고 40도 이상도 10차례 확인됐다. 현행 산업안전보건 규칙은 체감온도 31도 이상일 때 냉방과 통풍, 적절한 휴식 등의 조치를 요구한다. 그러나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 택배기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을 온전히 적용받기 어렵다. CJ대한통운은 기사가 스스로 배송을 멈추더라도 지연배송 책임을 묻지 않는 자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제품 배송·설치 기사들도 비슷한 위험에 놓였다. 삼성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기사들은 배정된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일감이 끊길 수 있어 폭염에도 작업을 중단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반도체 성과급 사태로 시작된 할인행사인 ‘삼성전자 감사 페스티벌’ 이후 주문까지 늘어 부담이 커졌다. 노동당국에는 택배 및 배송·설치 기사의 작업 환경과 계약 구조를 즉시 조사하고, 폭염 때 작업을 실질적으로 멈출 수 있는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과제가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