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갇힌 충주 참깨밭, 계절근로자들의 힘겨운 수확
핵심 요약
충주 참깨밭의 캄보디아 계절근로자들이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수확 작업을 이어갔다. 농촌에서는 인력과 공간 부족으로 그늘막 설치가 어려워 휴식과 얼음물 제공으로 피해를 줄이고 있다. 충북의 여름철 온열질환자는 92명이며 이 가운데 73명이 실외 작업장에서 발생했다.
폭염특보가 2주째 이어진 4일, 충북 충주의 200평 규모 노지 참깨밭에서는 캄보디아 국적 계절근로자 4명이 오전 6시부터 수확 작업에 나섰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보되자 무더운 시간대를 피했지만, 바람이 거의 없는 밭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땀이 쏟아졌다. 낙(39) 씨는 소금기가 하얗게 밴 손수건으로 연신 얼굴을 닦으며 한국의 여름이 캄보디아보다 더 덥고 숨이 막힌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햇볕에 피부가 직접 닿을 때 더 뜨겁다며 긴팔과 긴바지, 장화를 착용한 채 낫으로 참깨를 베고 한 움큼씩 묶었다. 컨테이너 그늘에서 잠시 열을 식힌 뒤에도 손이 많이 가는 작업 탓에 곧바로 밭으로 돌아왔다. 선풍기가 달린 에어 재킷과 나뭇가지에 묶은 양산도 달궈진 밭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점심 뒤에는 수확한 참깨 묶음을 사방이 막힌 비닐하우스로 옮겼고, 내부에서는 잠깐만 움직여도 숨이 막힐 만큼 땀이 흘렀다.
농촌 현장에서는 정부가 권고한 그늘막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고령 농민이 천막을 세우기에는 힘이 부족하고, 작물이 빼곡한 밭에는 설치 공간도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매시간 근로자들을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는 창고로 데려가 쉬게 하고 아이스박스의 얼음물을 나눠주며 피해를 줄이고 있다. 20년째 농사를 짓는 밭 주인 오 모(51) 씨는 갑자기 닥친 더위로 몸이 적응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여름이 유독 힘들다고 했다. 3년째 공공형 계절근로자로 일하는 시나(39) 씨도 지역을 옮겨도 더위는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온열질환 집계를 시작한 5월 15일부터 3일까지 환자 92명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73명이 실외 작업장에서 나왔다. 지역별 환자는 청주 33명, 제천 11명, 괴산 10명, 옥천과 영동 각 8명, 음성 7명, 충주 5명, 보은 4명, 단양과 진천 각 3명이다. 폭염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작업장에는 충분한 물과 개인 보냉 장구를 마련하고, 특보 발령 때 작업 시간대를 조정해야 한다. 어지러움이나 두통 등 의심 증상이 생기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이동한 뒤 119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