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멈출 수 없는 이동노동
핵심 요약
폭염 속 배달·배송 노동자들이 잇따라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 작업중지 권고는 강제력이 부족하고 플랫폼 노동자는 법적 권리 적용에서도 제외된다. 노동계는 폭염 때 휴식이 생계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소득 보전책을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4일 경기 양주시에서 50대 배달 라이더가 열탈진 증상으로 도로에 쓰러졌다. 그는 출동한 구급대에 배달을 계속해야 한다며 이송을 거부하다 설득 끝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와 송파구의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배송기사 2명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졌고, 당시 서초캠프 내부 온도는 42도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 규칙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사업주가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주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35도 이상이면 오후 2~5시 옥외작업을, 38도 이상이면 긴급조치를 제외한 모든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작업중지 기준은 강제성 없는 행정지침이다. 이달 5~7일 건설노동자 2515명을 조사한 결과, 38도 이상에서도 별도 지시 없이 일했다는 응답이 50%였고 스스로 중단을 요구한 비율은 17.8%에 머물렀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은 급박한 산재 위험에 놓인 근로자를 보호하지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CJ대한통운은 재난 때 배송기사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멈추고 배송 지연 책임을 면할 수 있게 했으나 기업 차원의 자율 제도에 그친다. 쿠팡은 배송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담당 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 6월 당일 주문 접수시간은 연장하면서 배송 마감은 유지해 폭염 속 업무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4일과 6일 배송기사 3명이 잇따라 쓰러진 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8일부터 15일까지 신선식품 배송 마감을 오후 8시에서 자정으로 늦췄다. 다만 지역·대리점별 미적용과 전체 공지 부재, 열대야 속 야간 마감 유지 문제가 남았다. 노동계는 일을 멈추는 즉시 수입이 사라지는 건당 수수료 구조를 보완할 기후실업급여와 기후재난수당을 요구한다. 경기도는 도민의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기후보험을 운영하고, 제주도는 폭염으로 작업이 중단된 건설 일용직 노동자에게 하루 최대 약 6만8000원을 보전하는 보험을 지난달 말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