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감독기관도 공동배상…책임 30% 인정
핵심 요약
포항지진 유발 사업을 관리·감독한 에기평과 지질연의 공동 배상책임이 인정됐다. 법원은 두 기관의 책임을 피해액의 30%로 제한하고 이노지오에는 약 23억원 지급을 명령했다. 화재보험협회와 에기평·지질연이 모두 항소해 책임 범위는 상급심에서 다시 다뤄진다.
2017년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 사업의 수행기관뿐 아니라 관리·감독기관에도 배상책임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는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지질연과 에기평, 이노지오테크놀로지, 포스코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이노지오가 약 23억원을 지급하고, 이 가운데 약 6억원은 에기평과 지질연이 공동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에기평은 현장 수리자극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산업부로부터 국가 연구개발사업 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기관으로서 안전을 점검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됐다. 법원은 명문 규정이 없어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이 생기지 않도록 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에기평이 유발지진 가능성과 관리방안 마련 지침을 전달받고도 대책의 수립·적정성을 점검하지 않았으며, 2017년 4월 15일 규모 3.1 지진 뒤 원인 분석 없이 과제 기간을 연장한 점도 과실로 인정했다.
지질연은 지진 관측·분석과 안전관리방안 수립을 담당했다. 규모 2.2 지진이 자체 기준상 적색단계였는데도 관계기관에 알리지 않고 경보 기준을 완화했으며, 규모 3.1 지진 이후에는 감독 당국의 승인 없이 수리자극을 재개한 사실이 책임 판단에 반영됐다. 법원은 두 기관을 공동불법행위자로 판단하면서도 자연적으로 축적된 지구조 응력의 영향 등을 고려해 책임 범위를 전체 피해액의 30%로 제한했다.
화재보험협회는 포항지청과 포항교도소 등 파손된 국가시설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지급한 보험금 23억여원을 보험자대위 방식으로 청구했다. 협회는 두 기관의 책임 비율이 낮다며 항소했고 에기평과 지질연도 1심에 불복했다. 이노지오는 사실상 영업을 중단해 배상 이행과 항소가 어려운 상태이며 폐업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중 탐사·개발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