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버스 주거안에 드러난 청년 주거의 간극
핵심 요약
황희 의원이 폐버스를 개조한 청년 주거 1만개 공급 구상을 제시했다가 비판을 받았다. 네덜란드 보트하우스의 역사적 맥락과 국내 청년 주거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황 의원은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이었다고 해명하고 게시물을 삭제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폐버스를 개조해 대학가와 역세권에 배치하는 ‘청년 버스하우스’를 청년 주거 대책으로 제시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네덜란드의 보트하우스를 본뜬 구상으로, 버스 한 대를 고치는 데 5000만원을 들이면 총 5000억원으로 1만개를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내놨다. 그러나 제안 직후 황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정책 제안자가 먼저 버스에서 살아보라는 취지의 반응과 기득권 정치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의 핵심은 폐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바꾸는 발상과 청년들이 겪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었다. 황 의원이 사례로 든 보트하우스는 100년에 걸친 도시 인프라를 토대로 정식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지만, 버스하우스 구상에는 이러한 역사적·제도적 맥락이 담기지 않았다. 반지하와 옥탑방을 옮겨 다니며 지상에 방 한 칸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청년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폐버스 개조안은 주거 불평등과 청년의 절박함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폐버스가 낭만적 안식처로 비치는 시선과 실제 삶의 조건 사이의 차이는 크리스토퍼 매캔들리스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1990년 미국 에머리대를 졸업한 그는 문명사회를 떠나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다 1992년 4월 알래스카 오지에 정착했다. 1960년대까지 운행된 뒤 버려진 142번 시내버스를 거처로 삼아 사냥과 채집을 이어갔지만, 굶주림과 고립 속에서 숨졌다. 사냥꾼들은 그해 9월 구조 요청 메모와 함께 이미 두 달 전 사망한 그를 버스 안에서 발견했다.
이 실화는 2007년 숀 펜 감독의 영화 <인투 더 와일드>로 제작됐고, 142번 폐버스는 이후 모험가들이 찾는 장소가 됐다. 하지만 매캔들리스에게 그곳은 결국 도움을 구하다 생을 마친 비극의 현장이었다. 청년 주거 역시 이미지나 개조 비용만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 이번 논란에서 확인됐다. 황 의원이 속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는 전월세 보증금 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이 더 절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황 의원은 제안을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한 뒤 게시물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