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체제 구상 놓고 외교·통일 부처 시각차
핵심 요약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외교부와 통일부가 평화체제 구상의 현실성을 놓고 공개적인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미 고위급 안보 협의를 앞두고 통일부의 동방경제포럼 참석 검토가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북한의 체제 특성과 러시아·중국을 둘러싼 국제 환경을 고려한 사전 조율이 정책 실현의 핵심 조건으로 떠올랐다.
지난 5일 외교·안보 분야 대통령 업무보고를 계기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견이 공개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통일부가 제시한 남·북·미·중 4자 대화와 평화체제 구상을 이상주의적 희망으로 평가했다. 통일부는 현시점에서 평화공존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맞섰다. 정부 안에서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추진 여건을 놓고 시각차가 드러난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부가 다음 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적극 검토하는 문제에도 온도 차가 나타났다. 조 장관은 논의가 아직 그 단계까지 나아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포함한 한·미 안보 후속 협의와 관련해 머지않아 고위급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 상원이 지난주 러시아와 이란을 겨냥한 초강경 제재법안을 압도적인 초당적 지지로 통과시킨 상황에서 대러 접촉이 대미 협상에 외교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통일부의 구상은 통일이라는 장기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남북이 별개의 정치체제와 국가적 실체로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충돌 방지와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우선하자는 내용이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우발적 충돌 예방, 인도적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성도 담겼다. 다만 북한은 교류 확대와 외부 정보 유입을 체제 존립의 위험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화·교류 제안이 평화공존의 제안보다 체제 위협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북한은 한국과의 적대관계와 핵보유국 정체성을 체제 유지의 근거로 삼아 왔으며, 언어·역사·문화를 공유하는 남북의 특성 속에서 ‘적대적 두 국가’를 내세워 인위적인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으로 외교·경제적 공간을 확보하고 중국과 관계 개선도 모색하면서 한·미와 대화할 필요성은 낮아진 상태다. 남·북·미·중 협의는 북한의 호응과 미국·중국의 사전 조율이 필요한 만큼, 국제 환경과 상대의 의도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평화적 두 국가 구상이 적대적 공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