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이 그린 취약한 존재들의 연대
핵심 요약
편혜영이 신작 소설집에서 취약한 존재들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그렸다. 불안정한 청년의 삶과 고립, 자발적 실종인 ‘증발’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증발을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했다.
소설가 편혜영(54)이 신작 소설집 ‘새들의 사회성’(문학동네)을 통해 불안과 고립 속에서도 다른 사람의 곁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을 조명했다. 새와 인간은 혼자 살아가기 어렵고 취약하기에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문제의식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삶의 조건이 크게 나아지거나 뚜렷한 희망이 주어지지 않아도 살아가기를 포기하지 않는 존재들의 모습에 시선을 맞췄다.
표제작은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없는 인턴 자리를 어렵게 얻어 붙들고 있는 주인공과 작고 기묘한 사기 행각으로 살아가는 고교 동창 신도의 이야기다. 무리를 지어 브이자 대형으로 이동하는 철새와 달리 작품 속 현실에서는 힘 있는 이들이 쉽게 결속해 이익을 지키고, 약한 이들은 각자의 삶에 고립된다. 소설은 이런 불균형을 비추면서도 취약함을 홀로 감당하지 않고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움직임을 담아낸다.
수록작 ‘우리가 가는 곳’은 사회적 관계와 기존의 자리를 스스로 지우려는 자발적 실종, 이른바 ‘증발’을 다룬다. 현재의 자신으로는 더 살아갈 수 없다고 느끼거나 사회적 존재로 버티는 일에 소진된 사람들이 세상에서 잊히기를 택하는 과정이 중심에 놓인다. 편혜영은 이 선택을 단순한 도피나 자포자기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취하는 하나의 생존 방식으로 바라봤다.
2000년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편혜영은 26년 동안 불안과 고립, 삶의 취약성을 꾸준히 탐색하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았다. 최근에는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한 청년들의 삶을 눈여겨보고 있다. 등단 초기에는 쓸 이야기가 사라질까 조급했지만, 이제는 생활과 경험, 오래 품어 온 관심사가 시간을 지나며 이야기로 자라난다는 점을 믿게 됐다. 이번 소설집 역시 연약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며 삶을 이어가는 가능성을 살핀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