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속 광화문 지키는 여성 경찰관들
핵심 요약
종로경찰서 소속 여성 경찰관 3명이 폭염 속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경비 업무를 수행했다. 여성 경찰관을 향한 편견과 차별은 조직만족도와 업무 수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남녀 통합선발 합격자의 37.8%가 여성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별도의 증명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 7월 25일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오른 서울 광화문 집회 현장에 종로경찰서 경비과 소속 정선영 경사와 박수현 경장, 김예지 순경이 투입됐다. 도로를 통제하던 12년 차 경찰관 정 경사에게 한 중년 남성은 경찰인지 몰랐다며 옆집 아줌마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정 경사는 서운하다고 웃으며 응수했고, 남성은 수고가 많다며 조심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여성 경찰관을 향한 편견이 농담과 호의가 뒤섞인 형태로 일상에 스며든 장면이었다.
세 사람은 폴리스라인과 라바콘을 설치하고 소음측정기, 풍향계, 모니터를 점검하며 집회 상황을 관리했다. 대테러 작전 업무를 맡고 있는 정 경사는 약 5년간 경비 업무를 해왔다. 경비과에 처음 배치됐을 때 여성은 혼자였지만 현재는 세 명으로 늘었다.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박 경장은 같은 시기에 들어온 남성 경찰관들이 떠난 뒤에도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전날 당직으로 밤을 새운 김 순경은 집회 종료 후 자기 몸보다 큰 폴리스라인 장비를 정리했다.
현장 업무의 부담은 체력과 긴장에 그치지 않는다. 정 경사는 여성 경찰관이 왜 필요하냐는 말을 반복해서 듣고, 관련 논란이 생기면 이유 없이 비난받을 각오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 2014년 여성 경찰관 484명을 조사한 결과 70%가 업무 중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무 수행 과정에서 차별이나 혐오를 겪은 집단의 조직만족도는 평균 3.51점으로, 그런 경험이 없는 집단의 3.78점보다 낮았다. 연구진은 위축과 소극적인 대응이 업무 역량과 치안 서비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경사는 비난을 걱정하며 현장에 나서는 상황이 경찰 업무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되물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의심받으면 자신 있게 처리하던 업무에서도 어떤 말을 들을지 두려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후배들이 같은 해명과 증명의 과정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경찰의 직무는 성별이 아니라 같은 사명과 책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처음 같은 기준으로 시행된 순경 남녀 통합선발에서 여성은 최종 합격자의 37.8%를 차지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별도의 능력 입증을 요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