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첫 전기차 '루체', 조롱 속 완판… 500대 목표 조기 달성
핵심 요약
페라리 첫 전기차 루체가 출시 두 달 만에 올해 판매 목표 500대를 달성했다. 중국 부유층과 미국 기술기업가 공략이 주효했지만, 고객 등급을 높이려는 기존 고객의 구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페라리는 고객 등급 연계 보도를 부인하며 신규 고객 대상 모델이라고 밝혔다.
페라리의 첫 순수 전기차 모델인 '루체'가 출시 두 달 만에 올해 판매 목표 500대를 모두 채웠다. 이탈리아 출고가 55만 유로(약 9억 원)로 책정된 이 차는 지난 5월 25일 로마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이달 초 목표 물량을 달성했다. 출시 직후 디자인 혹평과 각종 조롱에도 불구하고 중국 부유층과 미국 기술기업가들을 중심으로 빠른 판매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체의 판매 호조는 중국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지난달 29일 중국 출시와 동시에 초도물량 88대가 모두 계약 완료됐다. 페라리가 장기 목표로 세운 2030년까지 연 2500대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차는 출시 초기 '정통 페라리와 거리가 먼 디자인'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애플 출신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이끄는 디자인팀이 참여하면서 애플의 '매직마우스'를 닮았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페라리가 EV를 얼마나 만들기 싫어했는지 증명한 차"라는 조롱도 나왔다.
페라리를 2014년까지 이끈 루카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전 회장이 비판에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그는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설을 파괴할 위험에 처했다"며 "적어도 차에서 앞발을 치켜든 말 문양(카발리노 람판테)은 지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여파로 밀라노 증시에서 페라리 주가는 신차 출시 이후 8.5% 하락했다. 그런데도 판매가 이뤄진 배경에는 '고객 등급'을 높이려는 기존 고객들의 구매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체를 구매하면 전 세계 799대만 생산되는 F80 같은 한정판 모델을 구매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한 구매자의 말을 인용해 페라리가 최고급 고객 자리를 유지하려면 루체를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페라리 딜러도 "루체를 구매하면 내연기관 모델보다 더 많은 고객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러면 한정판 모델을 구매하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페라리 측은 "고객이나 수집가에게 페라리를 기쁘게 하려고 특정 모델을 사라고 권하지 않는다"며 관련 보도를 부인하고, 루체는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차라고 설명했다. 또 딜러들에게 루체와 한정판 내연기관 모델 구매를 연계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FT는 이 같은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