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판단·청년의 삶을 비추는 신간 6종
핵심 요약
경제 패권과 판단 오류, 문명의 환경적 비용을 짚은 신간이 나왔다. 중국 청년의 경쟁과 조은 시인의 신작이 노동과 삶의 감정을 비춘다. 조선의 범죄 기록은 신분·빈곤·폭력이 얽힌 사회의 이면을 드러낸다.
이번 주 신간은 경제 패권의 이동부터 인류 문명의 환경적 비용, 판단 오류, 청년 노동, 노년의 감정과 조선의 범죄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김정호의 『경제패권 500년』은 16세기 대항해시대부터 AI 혁명까지 이어진 부와 권력의 흐름을 석유·반도체·조선업·방산·원전·달러라는 여섯 열쇠로 해석한다. 국가별 흥망을 나열하기보다 각 시대의 지배력을 만든 자원이 무엇이었는지를 추적한다.
정훈의 『결정의 과학』은 옐로스톤 대화재와 검사의 오류, 생존 편향, 치킨게임, 집단사고, 시장 개입 실패를 통해 잘못된 선택이 착각과 과신에서 시작되는 과정을 살핀다. AI를 전공하고 금융권에서 데이터 분석과 모델 개발을 담당한 저자는 판단을 감각보다 오류를 줄이는 절차의 문제로 바라본다. 수닐 암리스의 『번영의 대가』는 몽골제국 이후 800년을 혁신과 파괴가 함께 진행된 역사로 재구성한다.
『번영의 대가』는 제국주의와 산업혁명, 세계대전, 화석연료, 도시화, 공중보건과 농업 혁신, 기후위기를 하나의 환경사로 연결한다. 40여 개 지도와 사진,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강과 숲, 동물과 타인의 자유가 번영 과정에서 치른 비용을 드러낸다. 공라오 컬렉티브의 『인볼루션』은 추심업체와 학원, 플랫폼, 자동차 회사, 유치원과 마사지업계에서 일한 중국 청년들의 경험을 통해 학력·인턴십·996 노동·무급 노동이 낳은 내권의 현실을 기록한다.
『인볼루션』은 탕핑을 보상이 사라진 경쟁에서 물러나는 태도로 읽고, 이를 한국의 N포와 일본의 사토리 세대, 서구의 조용한 퇴사와 나란히 놓는다. 조은의 여섯 번째 시집 『잘못한 인사』는 8년 만의 신작으로, 51편을 4부에 담아 엇갈린 인사와 침묵, 늙음, 용서와 회복을 응시한다. 정명섭의 『조선범죄실록』은 명예살인과 보복살인, 도박, 위조, 납치, 조직폭력, 과거시험 부정 등 사료에 남은 사건을 통해 신분과 빈곤, 제도의 그늘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