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술주정에 긴급조치 적용…징역 10개월
핵심 요약
왜관파출소로 연행된 노동자가 박정희 대통령을 비난한 발언으로 시국사건 피고인이 됐다. 수사기관은 긴급조치 제9호와 반공법을 적용했고 법원은 징역 10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후 무죄 판단이 나왔지만 당사자는 이미 숨진 뒤였다.
유신체제 시기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통행금지 시간을 어기고 고성방가하던 노동자가 왜관파출소로 연행된 뒤 대통령과 남북관계를 거칠게 비난했다가 시국사건 피고인이 됐다. 술에 취한 채 대한민국에서 살기 싫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박정희 대통령을 모욕하는 욕설과 위해를 암시하는 말까지 한 것이 형사처벌의 발단이었다.
수사기관은 파출소 안에서 나온 발언에 긴급조치 제9호의 유언비어 유포 및 사실 왜곡·전파 혐의와 반공법상 반국가단체 찬양 혐의를 적용했다. 노동자가 박 대통령의 통일 성과를 조롱하고 김일성의 정치를 긍정적으로 말한 부분도 죄목에 포함됐다. 대구지방법원은 징역 10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으며, 대구고등법원은 형이 무겁다는 피고인 측 항소와 형이 가볍다는 검사 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1972년 선포된 유신체제는 조국통일 추진을 명분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고, 통일주체국민회의가 대통령과 국회의원 3분의 1을 선출하도록 했다. 당시 헌법 제53조 제1항은 천재·지변이나 중대한 재정·경제 위기, 국가 안전보장 또는 공공질서에 중대한 위협이 있거나 그 우려가 있을 때 긴급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취객이 경찰 조사를 받으며 한 말에 해당 조항이 동원됐다.
거리에서의 소란으로 경범죄 처벌에 그칠 수 있었던 일은 대통령 비난과 북한 지도자에 대한 긍정적 발언이 더해지면서 징역형 사건으로 확대됐다. 권위주의적 분위기가 강했던 파출소에서 나온 원색적인 발언은 국가 기록에 남았고, 경찰과 검찰의 법 적용은 개인의 술주정을 정치적 범죄로 바꿨다. 이후 무죄 판단이 내려졌지만 당사자인 노동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