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은 선택, 공공서비스는 복불복…헝가리의 두 얼굴
핵심 요약
일요일 죄르 인근 버스 터미널의 매표창구가 모두 닫혀 여행객이 승차권 구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팁과 유료 화장실은 체계적으로 운영됐지만 교통·공공시설에서는 공급자 중심 서비스와 노후화가 확인됐다. 자본주의 제도가 자리 잡은 헝가리에는 과거 체제의 관행과 경제적 격차가 함께 남아 있다.
헝가리 서부 도시 죄르 인근의 가톨릭 수도원으로 향하던 일요일, 버스 터미널의 매표창구는 모두 닫혀 있었다. 승차권 발매기는 카드 결제를 지원하지 않아 다른 여행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도원에서도 두어 시간 동안 마주친 관광객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지난 보름간 기차역과 시장, 외곽 버스와 골목 식당을 살펴본 현장에서는 관광 수요보다 공급자 사정이 앞서는 장면이 반복됐다.
식당과 카페에서는 서비스 비용을 적극적으로 받았다. 음식값에 팁을 포함하거나 카드 결제기에 5%, 10%, 15% 선택지를 띄우는 방식이다. 공중화장실도 대개 300포린트 안팎이며 유로로 내면 1유로를 받았다. 유료 화장실은 이용자가 나갈 때마다 쓰레기를 치우고 세면기를 닦아 무료인 공항 화장실보다 깨끗했다. 반면 기차표 교환 과정에서는 창구를 여러 차례 옮겨야 했고, 한 직원은 운임의 30%를 위약금으로 요구했다. 앞선 무료 교환 경험을 설명하자 별도 비용 없이 표가 바뀌었다.
철도와 지하철 시설의 노후화도 두드러졌다. 플랫폼에는 콘크리트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기둥과 지붕은 녹이 슬었다. 부다페스트 도심을 벗어나면 방치된 공공건물과 기울어진 도로 표지판이 이어졌다. 거리와 역 구내에는 셔터를 내린 점포가 많았고 재래시장도 빈 매대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역시 손님이 드문 곳이 적지 않은 반면, 관광지의 식당과 카페, 기념품점은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혔다.
이 같은 풍경은 헝가리가 1989년 이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제도를 빠르게 받아들였지만 과거 체제의 공급자 중심 관행이 일상에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헝가리 특유의 경제 현실을 가리키는 ‘굴라쉬 사회주의’는 대표 음식 굴라쉬에서 가져온 표현이다. 오늘날 거리에서는 팁과 유료 서비스, 관광지의 높은 물가가 자리 잡았고 폭염 속 배달 노동자들이 큰 가방을 메고 이동한다. EU 깃발을 앞세운 헝가리의 현재는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보다 경쟁과 격차가 뚜렷한 자본주의 사회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