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주의 뿌리 깊어진 미국, 중국도 대안 못 돼
핵심 요약
미국 사회의 경제적 쇠퇴와 내부 불만이 트럼프주의를 구조적 현상으로 굳히고 있다. 중국은 빈부 격차와 폐쇄성, 자정 능력 부족으로 미국을 대체할 패권국이 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 변화한 미국과 미중 경쟁에 맞춰 외교·경제 전략과 협상력을 재점검해야 한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는 60일간 미국 전역의 도시를 답사한 뒤, 미국 사회에 과거와 다른 초조함과 각박함이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력 쇠퇴 과정에서 잠재돼 있던 인종주의와 선민의식, 보호무역주의가 트럼프주의로 표출됐으며, 특정 정치인의 퇴장이나 선거 결과만으로 사라지기 어려운 구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손 교수가 1980년대 텍사스 유학 시절 접한 미국은 자신감과 개방성이 두드러진 사회였다. 그러나 이번 답사에서는 외부인의 대학 캠퍼스 출입이 제한되는 등 폐쇄적으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편 미국은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과 흑인 노예 억압 같은 과거를 사적지로 남기고, 의회 차원의 배상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잘못을 인정하려는 모습도 보여 왔다.
변화의 경제적 배경에는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 시기 가속한 과잉 세계화가 자리한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 제조업 기지가 해외로 이동하면서 미국 내 제조업 기반이 약해졌고, 철강·자동차 등 전통 산업에 종사하던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가 축적됐다. 이 불만은 보호무역과 반이민, 미국 우선주의를 떠받치는 동력이 됐고 민주당 정부에서도 관련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약화가 중국의 패권 장악으로 곧장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손 교수의 판단이다. 중국은 빠른 경제·산업 발전에도 극심한 빈부 격차와 폐쇄적인 정치·문화, 통제 중심의 사회 구조를 안고 있으며,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자정 능력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미국의 건국 이념인 관용·개방성·자유가 내부 갈등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에는 한쪽에만 의존해 온 외교·경제 전략을 재검토하고 협상력과 주도적 외교 역량을 키워야 할 과제가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