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영화가 깨운 중국의 ‘명나라 정통론’
핵심 요약
청나라의 대만 정벌을 다룬 ‘펑후해전’이 두 차례 개봉하지 못했다. 영화의 통일 서사가 청의 지배를 부정하는 ‘1644년 사관’을 다시 자극했다. 중국 내부의 역사 논쟁과 대만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부담이 함께 부각됐다.
청나라의 대만 정벌을 그린 중국 블록버스터 ‘펑후해전’이 두 차례 개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월 춘제 상영이 취소된 데 이어 7월 25일 개봉도 닷새 전 홍보와 사전예약 중단으로 무산됐다. 당국과 제작사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청의 통치를 부정적으로 보는 ‘1644년 사관’과 대만의 연말 지방선거를 둘러싼 정치적 부담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영화는 1683년 강희제의 명령을 받은 한족 장군 시랑이 푸젠 해군을 이끌고 정성공 세력을 토벌하는 과정을 다룬다. 포스터에는 대만 통일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규정하는 문구가 실렸다. 제작비는 5억 위안, 약 1050억원이며 길이 40m 선박 12척을 포함한 모형 군함 50척과 우시의 3만㎡ 야외 스튜디오가 투입됐다. 왕쉐치·두장·자오리잉 등 배우들과 엑스트라 4만5000명도 참여했다.
논란의 중심인 1644년 사관은 명이 멸망하고 청이 베이징에 들어선 해를 기점으로 명을 중국 문명의 본류로, 이후 1949년까지를 굴욕과 암흑의 시대로 보는 한족 중심 역사관이다.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온라인에서는 ‘홍루몽’의 붉은색과 가보옥을 명나라 및 전국옥새와 연결하는 이른바 ‘도명문학’과 관련 밈이 확산했다. 이 관점에서 강희제와 시랑은 영웅이 아니라 정성공의 반청복명 세력을 무너뜨린 지배자와 배신자로 해석된다.
이 같은 인식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을 중화민족으로 묶으려는 중국 지도부의 통합 기조와 충돌한다. 청을 역사에서 배제하면 신장과 티베트 등 청대에 확보한 영토의 역사적 근거가 약해지고 소수민족 분리 움직임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해 12월 26일 이를 왜곡된 역사관으로 규정했고 관련 게시물도 대거 삭제됐다. 여기에 무력 통일 메시지가 대만 선거에서 반중·독립 성향 민진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까지 겹치면서 영화의 향후 상영 일정은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