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구역 주택 매매 흔드는 세입자 갱신 번복
핵심 요약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퇴거 합의를 번복해 주택 매매가 무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현행법상 세입자에게 불리한 갱신 포기 약정은 효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분쟁은 매도인과 매수인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 실거주 의무 유예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거래 당사자를 보호할 별도 안전장치가 요구된다.
서울에 사는 김모 씨(40)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는 임대 아파트를 팔려다 매매 계약을 파기하고 직접 입주하기로 했다. 전세 만기에 퇴거하겠다는 서면 합의서를 쓴 세입자가 매매 계약 체결 뒤 계약 갱신을 요구하고, 이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억대에 가까운 이사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약속의 이행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보고 매수자에게 위약금을 지급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매도하려면 계약 갱신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임대차 계약 종료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세입자는 확인서에 서명했더라도 임대차 종료 2개월 전까지 퇴거 의사를 바꿀 수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당사자가 합의했더라도 세입자에게 불리한 약정은 무효로 보기 때문에 갱신 포기 합의의 효력도 번복과 함께 사라질 수 있다.
갭투자가 가능했던 시기에는 세입자가 퇴거 약속을 뒤집어도 매수자의 입주를 늦추는 방식으로 거래를 이어갈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수도권 주요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가 부과됐고, 이를 어기면 이행강제금을 부담하게 됐다. 세입자의 퇴거 거부로 손해가 발생하면 매수자가 집주인에게,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3자 분쟁으로 번질 수 있는 구조다.
김 씨가 국토교통부와 관할 구청에 해결책을 문의했지만 선택지는 이사비를 지급해 합의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었다. 소송에서 이겨도 손해액 전부를 인정받기 어렵고 판결까지 1년 이상 걸릴 수 있어 실익도 제한적이다. 세제 개편안 시행 뒤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매도가 늘면 유사 분쟁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실거주 의무 유예와 함께 매도인·매수인·세입자의 손실을 줄일 거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