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탈 쓴 부패 감시자, 콜롬비아 의회 입성
핵심 요약
부패와 예산 낭비를 고발해 온 루이스 카를로스 루아가 약 12만 표를 얻어 콜롬비아 상원에 입성했다. 그는 ‘하얀 코끼리’ 탈을 쓰고 방치된 공공사업 현장을 추적해 법원의 보수 명령까지 이끌어냈다. 루아는 당파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 예산과 부패를 감시하는 의정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의회 개원식에 커다란 코와 귀가 달린 하얀 코끼리 인형 탈이 등장했다. 정장과 드레스를 갖춰 입은 100여 명의 상원의원 사이에 선 인물은 지난 3월 약 12만 표를 얻어 당선된 루이스 카를로스 루아(34)였다. 예산 낭비와 부정부패를 고발해 온 그는 취임식에서도 자신의 상징을 앞세워 국가 예산을 계속 감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루아는 차를 타고 콜롬비아 전역을 돌며 예산이 투입됐지만 부실하게 시공되거나 방치된 공사 현장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수의계약을 통해 정치권 인맥에 사업이 돌아간 뒤 공사가 멈춘 현장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콜롬비아에서 최근 4년 동안 예산을 받고도 방치된 공공사업은 1900개가 넘는다. 그의 영상은 대중의 호응을 얻었고, 일부 현장에서는 법원의 보수 공사 명령까지 끌어냈다.
정계에 들어오기 전 루아는 페레이라 시청의 계약직 직원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와 유권자 모집을 강요하는 상황을 폭로한 뒤 배신자로 몰리고 살해 위협을 받아 직장을 떠났다. 이후에도 고발을 멈추지 않은 데에는 아버지의 죽음이 영향을 미쳤다. 자전거를 타던 아버지는 도로의 포트홀에 걸려 넘어져 숨졌고, 해당 지점은 루아가 생전에 보수를 요청했는데도 방치돼 있었다.
루아는 신변을 보호하면서 익명으로 활동하기 위해 중남미에서 예산만 소모한 채 버려진 공공사업을 가리키는 ‘하얀 코끼리’를 자신의 캐릭터로 삼았다. 팔로워들은 국가의 신변 보호를 받으며 감시를 이어갈 수 있는 의원직 도전을 제안했고, 그는 지난 3월 출마를 결심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직접 유인물을 나눠준 끝에 독립사회동맹 후보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의정 활동에서도 당파와 관계없이 부패를 공개하고 국민의 돈이 쓰이는 과정을 투명하게 알리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