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와 출산 사이, 냉동 난자 16만개 넘어
핵심 요약
의료기관에 보관된 냉동 난자가 5년 사이 282% 늘어 16만8414개에 달했다. 경력 유지와 늦어진 결혼·임신에 대비해 난자와 정자를 동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술에는 비용과 부작용이 따르며 임신을 보장하지 않아 개인별 판단과 윤리 기준 준수가 필요하다.
전국 의료기관에 보관된 냉동 난자는 2020년 4만4122개에서 2025년 16만8414개로 282% 증가했다. 5년 사이 네 배에 가까운 규모로 불어난 것이다. 과거에는 항암 치료를 앞둔 환자가 가임력을 보존하려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결혼과 임신을 미루고 경제활동과 경력을 이어가려는 여성이 미래의 출산 가능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난자 냉동을 위해서는 호르몬제인 과배란 유도 주사를 약 열흘 동안 맞은 뒤, 대개 수면 마취 상태에서 바늘로 난소의 난자를 채취해 영하에서 급속 동결한다. 시술 과정에서 난소 과자극 증후군과 복부 팽만, 통증, 구토, 오심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한 차례 비용도 수백만원에 이른다. 현행법에는 냉동 보관 기간 제한이 없어 30대에 채취한 난자를 40대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2024년 국내 평균 초혼 연령은 여성 31.6세, 남성 33.9세로 집계됐다.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특별한 질병이 없는 여성의 난자 동결뿐 아니라 자녀 계획을 미루려는 남성의 정자 동결도 선택지로 거론된다. 다만 연령과 건강 상태를 개인별로 살펴야 한다. 강은주 차의과학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동결한 난자의 생물학적 상태와 나이가 보관 시점에 머문다는 점을 짚었고, 한세열 마곡차병원 원장은 남성도 선택지 확보 차원에서 정자 동결을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냉동 난자는 임신 가능성을 높이고 유산이나 염색체 이상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임신 성공을 완전히 보장하지는 않는다. 보관 후 자연 임신에 성공하거나 자녀 계획이 사라져 남은 난자는 기증자의 동의를 거쳐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이때 경제적 대가를 주고받아서는 안 되며, 기증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채취 사이에 최소 6개월을 두고 횟수도 세 차례로 제한한다. 생식세포 보관과 활용이 늘어나는 만큼 기증 과정의 윤리 기준도 함께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