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의 붓끝에 남은 동반자들의 자취
핵심 요약
김정희의 작품과 교유 관계를 함께 살피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불이선란도’ 등 말년 대표작과 생애를 새롭게 보여주는 작품 6점이 공개된다. 청나라 문인과 승려, 제자들과 맺은 인연 및 후대에 이어진 예술적 영향이 조명된다.
추사 김정희가 벗과 제자, 승려, 청나라 문인들과 교유하며 학문과 예술을 넓혀간 과정을 조명하는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전이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서화실에서 열린다. 세 번째 주제 전시로 마련된 이번 자리에는 보물 ‘불이선란도’를 비롯한 말년의 대표작과 최초 공개 작품 6점이 나와 11월 22일까지 관람객을 만난다.
거침없는 난초와 글씨가 어우러진 ‘불이선란도’에는 시동 달준에게 주려던 그림을 제자 오소산이 마음에 들어 가져갔다는 사연이 적혀 있다. 71세에 쓴 ‘해붕대사화상찬’은 1815년 불교를 토론한 해붕대사와의 인연이 그의 사망 5개월 전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같은 해 제작한 ‘산호가·비취병 대련’에서는 산호 붓걸이와 비취색 꽃병을 다룬 문구를 힘차고 유려한 행서로 풀어낸 말년의 원숙함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 공개되는 자료에는 생애의 굴곡과 학문적 탐구가 함께 담겼다. 34세의 ‘황해도 무관에게 보낸 편지’는 부친의 예조판서 임명과 자신의 문과 급제 소식을 전하며, 청 문인 오승량의 그림에 시를 붙인 ‘기유십육도시첩’도 공개된다. 북청 유배기인 68세 무렵의 ‘석노시첩’은 돌화살촉을 문헌으로 고증해 숙신의 유물로 판단한 과정을 보여준다. 33세 때 아내에게 느낀 서운함, 34세의 급제 기쁨, 60세 유배지에서 겪은 누이의 죽음에 대한 슬픔은 편지 속에 남았다.
금석학에 몰두한 김정희는 북한산 비봉의 비석을 진흥왕순수비로 밝혀냈으며, ‘무장사 아미타불 조성기비 편’에는 통일신라 소성왕의 왕비 계화왕후가 왕의 명복을 빌며 세운 비석을 발견한 경위와 감회를 새겼다. 옹방강이 비문의 가치를 인정한 이 자료와 함께 주학년의 그림에 옹방강·완원·이임송·옹수곤 등이 글을 남긴 ‘소동파입극도’도 처음 선보인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기증품인 허련의 ‘원나라 화가 예찬풍 산수도’와 이하응의 ‘묵란도권’은 기증 후 처음 공개돼 추사의 예술이 후학에게 이어진 흐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