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의료, 병원 밖 자립 지원으로 전환해야
핵심 요약
초고령사회 의료체계를 노인의 기능 유지와 지역사회 자립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통합돌봄 안착과 노인포괄평가의 건강보험 수가 편입이 핵심 과제로 꼽혔다. 노인병 전문의 양성과 분산된 정부 노인정책의 통합 조정도 시급한 개선 사항으로 제시됐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의료체계를 질병 치료 중심에서 노인의 기능 유지와 자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조영중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노인이 살던 곳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가도록 돕는 체계가 삶의 질과 재정 지속 가능성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원과 시설에 의존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병상과 인력, 복지 재정의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핵심 대안은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노인포괄평가다. 2026년 3월27일부터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본격 시행되는 통합돌봄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65살 이상 노인과 일부 장애인에게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노인포괄평가는 의학·심리·기능·사회·환경 상태를 다학제 팀이 살펴 개인별 돌봄 계획을 만드는 방식이다. 평가에는 한 사람당 20~30분이 필요하지만 건강보험 수가가 없어 국내에서는 연구 목적의 제한적 시행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보건의료비 지출은 2023년 국내총생산 대비 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9.1%보다 낮지만 증가 속도는 빠르다. 노인포괄평가를 받은 고령자는 기능 저하와 입원, 장기요양시설 입소 가능성이 낮고 집으로 돌아갈 가능성과 삶의 질은 높아진다는 국외 연구 결과도 축적돼 있다. 다학제 팀과 요건을 갖춘 의료기관에 관리료를 지급하는 방안은 메르스 이후 도입된 병원 감염예방관리료와 같은 수가 구조를 활용할 수 있다.
전문 인력과 행정체계 개편도 과제로 지목된다. 국내에서 노인병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거나 노인병 임상과를 운영하는 곳은 네 군데에 불과하다. 내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 수련 뒤 추가 교육으로 노인의학 자격을 부여하는 전문의 제도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보건복지부의 노인복지·요양·돌봄 업무는 1차관 산하에, 일반 보건의료 업무는 2차관 산하에 나뉘어 있다. 노인 건강과 복지, 돌봄을 포괄적으로 조정하는 상위 거버넌스 정비가 제도의 현장 안착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