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SNS 규제, 차단 넘어 설계 책임으로
핵심 요약
각국이 청소년 SNS 이용 제한을 추진하면서 실효성과 자율성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령별로 위험을 통제한 디지털 이용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괄 차단과 함께 플랫폼 설계 개선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청소년을 소셜미디어의 위험에서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호주는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했고, 영국과 프랑스도 15~16세 미만의 이용 제한과 부모 연동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14세 미만의 SNS 가입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일괄 차단의 실효성과 청소년의 자율성 침해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심장 전문의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가스 그레이엄 구글 디렉터 겸 유튜브 헬스 글로벌 총괄은 최근 국내 언론인들과 만나 디지털 공간을 무조건 차단하는 방식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14세 미만 네 자녀를 둔 그는 자녀별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범위를 다르게 정한 경험을 소개하며, 청소년도 연령과 발달 단계에 맞춰 위험을 통제한 환경에서 디지털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논의의 배경에는 사이버 괴롭힘과 허위정보, 유해 콘텐츠 노출뿐 아니라 무한 스크롤과 추천 알고리즘이 촉진하는 과몰입 문제가 있다. SNS 의존은 수면 부족과 불안·우울 증가, 낮은 자존감 등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와 연결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마이클 솔터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성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SNS에도 술·담배나 자동차 운전처럼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호주의 초기 정책에서 실효성 문제가 드러나고 자율성 침해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단순 금지보다 플랫폼의 서비스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내 0~14세 인구는 2025년 522만4936명으로 2015년보다 24.9% 줄었고, 19세 이하 자살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무한 스크롤과 잦은 알림을 개선하고 청소년 계정의 안전 기능을 기본값으로 적용하는 한편, 알고리즘·허위정보·개인정보 보호를 다루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방향이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