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약 대응, 학교 실태조사부터 시작해야
핵심 요약
청소년의 마약 노출 원인과 유입 경로를 밝히기 위한 학교 기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15세 미만 마약류 사범 증가와 식욕억제제·ADHD 치료제 오남용이 확인됐다. 맞춤형 예방교육과 함께 단속·처벌, 치료·재활을 병행하는 대응 체계가 요구된다.

청소년 마약 문제에 대응하려면 연령과 성별에 따른 노출 원인, 약물 유입 경로를 먼저 규명하고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줄이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낸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마약류 사범 통계뿐 아니라 학교 현장의 자료를 수집해 역학조사를 벌이고, 특히 여학생 비율이 높아진 배경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5월까지 적발된 마약류 사범 8796명 중 15세 미만은 26명으로, 지난해 전체 16명보다 62.5% 증가했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이른바 ‘나비약’으로 불리는 식욕억제제를 오남용하거나 성적 향상을 기대하며 ADHD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초·중·고 학생의 발달 단계와 노출 양상을 반영한 맞춤형 예방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다크웹과 텔레그램, 가상화폐가 결합된 온라인 환경은 청소년이 익명성을 유지한 채 약물에 접근하기 쉽게 만들었다. ‘마약 베개’, ‘마약 김밥’처럼 마약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표현도 경계심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성분을 조금씩 바꿔 새로운 물질로 제조하는 ‘디자이너 드러그’는 독성과 성분 규명에 오랜 시간이 필요해 분석과 대응을 한층 어렵게 한다.
청소년기의 약물 오남용은 뇌가 완성되는 약 25세 이전의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회복도 성인보다 늦을 수 있다. 마약류 사범의 높은 재범률까지 고려하면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불법 약물의 공급을 차단하는 수사·단속과 중독자의 수요를 낮추는 치료·재활이 함께 작동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학생 설문 등 학교 기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정 교수는 국내 최초로 소변에서 필로폰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