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고민 창구 된 AI…공감 뒤 과의존 경계
핵심 요약
청소년의 49.5%가 AI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느꼈고, 32.3%는 힘들거나 우울할 때 AI와 대화했다. 언제든 응답하고 평가하지 않는 특성이 고민을 털어놓는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AI는 초기 도움 요청 창구로 활용하되 현실의 관계와 전문 상담을 대신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성형 AI 챗봇이 아동·청소년에게 정보 검색과 학습 보조를 넘어 속마음을 털어놓는 대화 상대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전국 만 14세 이상 아동·청소년 3300명을 조사한 결과, 49.5%가 AI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느낀 경험이 있었다. 힘들거나 우울할 때 AI와 대화했다는 응답도 32.3%로 3명 중 1명꼴이었다.
응답자의 35.1%는 챗GPT와 제타 같은 AI 챗봇을 실제 사람처럼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용 이유로는 ‘24시간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서’가 19.4%로 나타났고, 친절하고 이용자에게 맞게 응대한다는 답변은 8.1%, 감정을 잘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답변은 5.1%였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즉시 반응하는 특성이 접근 문턱을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친구나 가족, 교사에게 고민을 말할 때는 상대의 평가와 비밀 노출, 관계 악화를 걱정할 수 있지만 AI는 먼저 대화를 끊거나 이용자를 직접 비판하지 않는다. 외모와 성격, 말투는 물론 친구·연인·상담 상대 등 관계까지 정할 수 있는 캐릭터 챗봇은 대화가 축적될수록 이용자의 관심사와 표현 방식에 맞춘 답을 내놓는다. 평가에 민감한 아이들이 AI를 자신만의 안전한 상대로 받아들이는 배경이다.
이한진 한동대 AI융합학부 교수 연구팀이 경북 포항 지역아동센터 아동·청소년 20여 명에게 정서 지원 챗봇 ‘마음온’을 사용하게 한 뒤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에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AI에는 비교적 쉽게 꺼냈다. 다만 AI는 입력된 내용 밖의 표정이나 행동 변화를 파악하거나 위기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고, 과도한 동조로 위험한 생각을 충분히 제지하지 못할 수 있다. AI를 첫 도움 요청 창구와 위험 신호 탐지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되 가족·학교·전문 상담으로 연결하는 교육과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