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작가 크리스틴 선 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리 중심 세계를 시각화하다
핵심 요약
크리스틴 선 킴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첫 대규모 장소 특정적 커미션 'Have Many Dumb Fights Against Rock'을 공개했다. 16.6미터 아트리움을 흑백 환경으로 바꾼 이번 전시는 72개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곡면 OLED 화면을 중심으로 소리 중심 세계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성찰을 담았다. 작가는 청각장애인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언어와 감각의 충돌과 조정 과정을 시각화한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 청각장애 작가 크리스틴 선 킴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첫 대규모 장소 특정적 커미션 작업을 선보인다. 'Have Many Dumb Fights Against Rock'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MMCA x LG OLED 시리즈 2026의 일환으로, 높이 16.6미터의 아트리움을 흑백 환경으로 탈바꿈시켜 애니메이션, 벽화 규모의 드로잉, 사운드, 텍스트가 벽과 유리, 바닥에 흐르는 몰입형 설치 작업이다. 전시의 중심에는 72개의 개별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대형 곡면 LG OLED 스크린이 자리 잡고 있다.
킴은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13년간 거주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에게 깊은 개인적 의미를 지닌다. 그는 미국수화 통역사와 한국어-영어 번역가를 통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서 가족을 위한 삶을 만든 것을 보았다"며 "독일로 이주했다가 이제 한국에 돌아와 가족과 조상에게 존경을 표할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는 최근 건축적 규모로 드로잉을 확장해 언어를 관객이 물리적으로 걸어 다니는 대상으로 바꾸는 그의 작업 방식을 이어간다. 바닥과 벽에는 고전 만화와 미국수화의 움직임에서 파생된 두꺼운 모션 라인이 공간을 가로지른다.
설치의 핵심인 곡면 OLED 화면에서는 바위, 선, 기호가 반복적으로 충돌하고 용해되고 재형성되는 단일 채널 애니메이션이 전시 제목을 미국수화로 시각화한다. 킴의 작업은 청각장애인 커뮤니티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접근성과 커뮤니케이션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일상 담론에서 서로 다른 감각, 언어, 번역이 사회적 위계와 어떻게 공존하는지 보여준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전투로 가득 차 있다"며 "권력과 소유에 대한 집착 때문에 마치 바위처럼 완고한 무언가와 싸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같은 싸움이 반복되고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목의 '바위'는 완고한 상대뿐 아니라 고착화된 사회 구조와 자신의 확신에 갇힌 우리 자신을 상징한다.
킴은 흑백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두려움에서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리와 말이 정보 전달의 지배적인 수단인 세상에서 수화는 말보다 열등하게 취급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세상은 나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긴장과 오해, 불완전한 이해가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그것이 내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그래서 가능한 한 명확하게, 흑백처럼 명확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큐레이터 김유옥은 "이 작업은 의사소통이 완벽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 감각, 위치가 계속 충돌하고 조정되는 지속적인 과정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킴은 2025년 아트리뷰 '파워 100'에서 34위에 올랐으며,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고 2026년 미니애폴리스 워커 아트센터로 순회했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서울관 서울박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