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투자 확대에도 초대형 위험 보장 공백
핵심 요약
국가 전략산업에 1500조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초대형 사고를 보장할 보험 체계는 미흡하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보험가액과 새로운 유형의 위험으로 민간 보험사의 인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공동 인수와 정부 참여 재보험을 포함한 위험 분담 체계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이 향후 10년간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국가 전략산업에 150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화재와 설비 손상 같은 초대형 사고를 분산할 보험 체계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수십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는 단일 보험사가 위험을 모두 인수하기 어려워 대규모 투자에 상응하는 보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올해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는 6000억달러, 약 830조원을 넘어섰다. 데이터센터 보험료 시장도 올해 106억달러에서 2030년 242억달러, 약 34조원으로 두 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대형 AI 데이터센터 단지는 건설 단계의 보험가액만 100억~300억달러에 이르며, 금융기관이 건설비 전액의 보험 가입을 요구해도 보험사가 모두 인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와 냉각액 누출, 드론 공격도 기존 약관으로 충분히 다루기 어려운 위험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건설과 운영, 영업 중단 손실을 함께 보장하는 27억~34억달러 규모의 통합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중국은 올해 3월 4개 부처가 연구개발부터 사업화와 해외 진출까지 기술 혁신 전 과정에 보험을 결합하는 정책을 내놨다. 하이테크 기업의 보험료 50~70%를 지원하고 정부가 참여하는 공동 재보험 체계도 운영한다. 18~19개 보험사는 반도체 공급망과 우주항공, UAM, AI 데이터 위험을 공동 인수하며 지식재산·AI 책임·휴머노이드 로봇 보험 등으로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생산 능력을 5년 안에 두 배로 확대하고 2035년까지 18.4GW 규모의 초거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그러나 국내에는 초대형 위험을 공동 인수하거나 정부가 재보험자로 참여하는 제도가 없고, 관련 상품도 보험사별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기술은 사고 통계와 손실 자료가 부족해 적정 보험료 산정도 쉽지 않다. 기존 화재보험 분류와 인수 지침이 고위험 설비를 반영하는지 점검하고 정부와 민간이 위험을 나누는 체계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