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예술가들의 고통, 창작의 원동력이 되다
핵심 요약
신간 '뇌가 만든 천재들'이 예술가들의 고통과 창작의 관계를 분석한다. 도스토옙스키의 뇌전증, 프리다 칼로의 트라우마 등 사례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정신 질환이 창의성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은 예술가들이 이를 회피하지 않고 창작으로 승화한 과정을 조명하는 책 '뇌가 만든 천재들'이 출간됐다. 저자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는 의학과 신경과학을 공부한 의사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도스토옙스키, 프리다 칼로, 버지니아 울프 등 유명 예술가들의 사례를 통해 정신 질환과 창의성의 관계를 분석한다. 책은 고통이 천재성을 발현시키는 필수 조건이 아니라,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예술적 성취가 가능했음을 강조한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당시 치료법이 없던 뇌전증을 앓았으며, 그의 아들은 뇌전증 지속증으로 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다. 작품 속 여섯 명의 인물이 뇌전증을 앓는 것으로 묘사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가 편지에 적은 발작 중 행복감과 자기 인식 향상 등의 증상을 근거로 그가 '황홀경 뇌전증'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20세기 문학을 대표하는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츠, 앤 섹스턴은 좌절과 상실, 가족 갈등, 여성으로서의 억압을 겪었고, 만성 스트레스가 염증을 유발해 감정 조절과 충동 억제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멕시코 출신 저자는 프리다 칼로가 교통사고와 여러 질병으로 겪은 고통과 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한 과정을 '회복탄력성'으로 설명한다. 책은 1930년대 무의식 연구가 활발해지며 초현실주의 예술이 탄생한 배경과, 프란츠 리스트와 바실리 칸딘스키가 가진 공감각적 능력도 조명한다. 조현병, 자폐 스펙트럼, 양극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예술가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정신 질환이 창의성의 원인이라는 단순한 인과관계를 경계한다. 양극성 장애나 우울 장애는 인구의 최대 10%, 세계적으로 수억 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흔한 질환이며, 창의적인 사람 대다수는 정신 질환을 앓지 않는다는 점을 짚는다. 대신 도스토옙스키, 반 고흐 등 예술가들이 현대와 다른 환경에서 신체적·정신적·물질적 한계를 회피하지 않고 창작으로 극복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는 "자기 광기를 인식하면서 그것을 나타낸다면 천재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고통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태도가 예술적 성취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